Y에게

2010-11-09     해남우리신문
Y!
동네 꽃집에서는 황국(黃菊)을 가게 앞 가득 내어 놓았습니다.
새벽 출근길 트랜치코트가 딱 어울릴 법한 그런 날입니다.

아침 신문을 보며 마시는 커피는 그 향이 유독 진합니다.
제법 나이 든 잔(盞)이라서
커피 맛은 묵은 맛이라고 해야겠지요?

나이든 잔의 진한 커피 향과
새벽신문의 잉크 냄새는
이 가을아침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도시인의 비타민입니다.

창 너머로 밀려오는 여명(黎明)의 햇살도,
찬이슬을 머금은 새벽바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밤 쉬임 없이 울어대던 으악새의 설움도,
임 찾아 헤매던 귀뚜라미의 그리움도
내 따스한 커피 잔에 녹아 내려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자락이 됩니다.

Y!
언젠가 선운사 단풍을 찾아 밤차에 올랐던
그 밤을 기억하시나요?

작아만 보이던 가을의 달(月),
창너머 밤 하늘의 미리내…….

시골 장날이라도 되는 양
별들의 고향이었고, 그들의 잔치였지요.

혼자 떠난 가을 여행
밤사이 내린 무서리에 흠뻑 젖은 선운사 종소리가
혼미한 영혼을 일깨웁니다.

문득 눈 들어 바라보는
미당(未堂)의 국화 밭…….

Y!
커피향 짙은 가을아침
까맣게 잊었던 지난날의 추억!
잃어버린 당신의 기억을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