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 정삼이 장가가요~
2010-11-09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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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옥천초등학교 옆 게이트볼장에서는 마당극같은 전통혼례식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옥천면 김정삼(40)씨와 추화영(34)씨의 전통혼례식.
이날 혼례식은 신랑의 실수연발로 하객들의 폭소가 이어지는 자리였다.
전안례를 마치고 일어서던 신랑이 뒤로 벌렁 넘어져 버렸다. “신랑 하체가 부실항만 그래갖고 아들 낳겄어? 허허허” 판에 박힌 듯 찍어내는 여느 예식장과는 달리 마치 마당놀이를 보듯 하객들도 말참견을 한다.
화동을 앞세운 신랑이 꽃수레에 신부를 태운 채 활짝 웃으며 등장하자 하객들도 박수로 신랑 신부를 맞이한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는 의미로 손을 씻은 신랑 신부가 초례청에 마주했다. 신랑 신부 맞절이 끝나자 난데없이 한 여인이 아이를 보듬고 나타나 “여보, 우리는 어떻게 살아. 얼른 나랑 같이 가.” 하고 신랑을 잡아끈다.
신부의 눈이 똥그래지는 순간이고 당황한 신랑은 신부보다는 하객들을 향해 손사래를 쳐가며 아니라고 변명을 해댔지만 그게 더 우스워 장내는 웃음바다가 돼 버린다.
두 사람의 결혼을 하늘에 알리는 고천문 낭독에 이어 서로를 존중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진실한 남편과 온유한 아내의 도리를 다할 것을 약속하면서 신랑 신부는 하나를 둘로 쪼갠 표주박에 합환주를 나눠마신다. 이어 집례를 맡은 박필수씨는 두 사람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알리는 성혼 선포를 한다. 김경윤 시인은 축사에서 연(硏)과 화(和)를 가슴에 새기라면서 ‘연’은 먹을 가는 벼루로 둘이 평평해질 때까지 사랑하라는 의미이며, ‘화’는 부부 화합의 의미라면서 연구하고 화합해 명고수와 명창이 돼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딸을 낳으면 ‘연화’란 이름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양가 어머니들은 한 번 맺은 인연으로 평생을 해로하라며 신랑 신부에게 목각 기러기를 전달했다.
이어진 축하 마당에서는 신부의 판소리 스승인 황연수 명창이 사랑가를 불러 신랑 신부의 행복을 기원했고, 민예총 풍물위원회에선 탈춤을 준비해 혼례식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어 신랑측 우인과 신부측 우인이 나와 부케를 던지듯이 초례상에 있던 한 쌍의 닭을 날리면서 신랑 신부의 다복한 앞날을 기원했다. 닭을 받은 사람은 곧 결혼하게 된다는 집례의 말과 함께 한 마리는 결혼 예정인 처녀에게 돌아갔지만, 다른 한 마리는 유부남에게 돌아가 장내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연신 싱글대던 신랑이 신부를 업고 퇴장하자 하객들도 그들의 걸음걸음에 맞춰 힘찬 박수로 화답을 한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혼례식을 본 하객들은 모처럼 흥겨운 전통혼례를 보게 돼 기쁘다며 이런 혼례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