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노조해남지부 전태일평전 독후감경진대회 최우수작

2010-11-16     해남우리신문

전태일 평전을 읽고 - 한윤지(북평면사무소)


‘독서의 계절’이란 수식어가 곧잘 붙었던 가을의 시작 즈음에 한 권의 책을 받았다.
전태일. 그저 막연하게 나하고는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랑은 다른 시대에 다른 삶을 살았던, 어찌 보면 그 내면에 약간은 그의 삶을 비루하고 하찮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이 책 한 권을 통해 60여 년 전에 태어나 짧지만 거룩한 삶을 살았던 그를, 그의 정신세계를 배웠고 ‘방관자’였던 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행동하는 양심을 깨우치게 만들었다.  
1970년 11월 13일 스물 두 살의 청년 노동자가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숯덩이로 변해가며 외쳤던 그 말은 자신이 살던 사회에서 느꼈던 고통과 절규, 바로 이 땅의 노동자 민중이 받는 고통이었고 죽음으로라도 지켜내고 싶었던 인간답게 사는 삶이였다.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이 나라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삶과 현실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40년 전의 스물두 살 청년 전태일은 2010년 현재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청년 실업자, 아르바이트나 기간제로 살아가는 청년 비정규 노동자의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고, 그나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 복지는 감히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과도한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칭하면서도 현재 내가 누리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내가 돌아봐야 할 또 다른 전태일을 외면하였던 내 모습이 겹쳐지자 절로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내 모습, 내 삶의 모습은 전태일의 뒤를 이어 현재를 사는 노동자로서 부끄러운 자화상인 것이다.
머리는 주저하지 말고 불의에 맞서 행동해야 한다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한다고 끊임없이 일깨우지만, 막상 내 몸은 어떠했던가.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나서겠지 하며 한 걸음 떨어져서 망설이며 방관자에 머물렀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한 것인지, 누군가와 함께 한 뜻, 한 마음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그는 다시 한 번 활자로 나 자신에게 깨우침을 주었다.      
‘참되다’는 것, 참된 옳은 일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까지 바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전태일. 그의 생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삶의 교훈은 반세기를 이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삶이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