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해학이 있는 남창 수산물시장

2010-11-23     해남우리신문
갖가지 재미난 사연과 노래 방송타고
남창장 쭈꾸미 방송국·다방 해학 넘쳐


“내가 잘못했으니 용서하고 집에 돌아와 할멈.“
“시장 아낙네 대부분이 나의 여보여. 다 내 아내제”
남창장에 들어선 쭈꾸미 방송국. 방송국을 찾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상인들의 갖가지 사연과 재미난 이야기들이 방송을 탄다.
사연을 전하고 노래를 부르겠다는 사람들로 긴 줄이 형성되고 시장 상인들이 신청한 노래와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12일 쭈꾸미 방송국이 첫 개국한 날, 노래를 부르겠다는 노인들로 남창장 2층에 차려진 쭈꾸미 방송국에 기다란 줄이 형성됐다.
북평면에서 왔다는 어느 노인, 손에 붕대가 감겨 있어 쭈꾸미 방송국 DJ가 이유를 물으니 할머니를 때려서 생긴 상처란다. 할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방송국을 찾았다는 할아버지, 큰 소리로 할머니에게 잘못했으니 빨리 집에 들어오란다.
털보라고 자신의 애칭을 밝힌 한 상인은 시장 상인들 대부분이 여보란다. 시장 아낙네들은 모두 자신의 아내라고 말하는 그의 유머에 한순간 남창장이 웃음바다가 된다.
17일 장날 다시 차려진 쭈꾸미 방송국, 김금엽(80․북평 이진)할머니가 노래를 부르겠다며 방송국을 찾았다. 으악새 슬피 울며를 신청한 할머니는 자식과 손자 자랑을 늘어놓는다. 결혼을 앞둔 손자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맨트를 남긴 할머니는 그야말로 박자가 무시된 으악새 슬피우니라며 노래를 시작한다.
유영만(78․북평 남창)할아버지도 지인들과 함께 방송국을 찾았다. 방송국에 차려진 쭈꾸미 다방을 찾는 할아버지들, 오늘은 차만 마시고 다음 장날에 노래를 부르겠다며 미리 신청을 한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기획된 남창장 꾸꾸미 방송국, 남창장 2층에 다방도 차려지고 방송국도 차려졌다. 70~80년대를 연상하는 DJ도 있다.
직접 방송국을 찾는 주민들의 사연과 노래 중간중간에 시장 상인들이 신청한 곡도 틀어준다. 또한 북평면 청년회장과 남창장 상가번영회장 등의 인터뷰도 곁들여진다.
쭈꾸미 방송국을 찾는 사람들은 노래방 세대가 아닌 생음악 세대인 노인들이 주를 이룬다.
따로 음향기기가 없으니 생음악으로 부르는 노래, 박자가 틀리면 어떻고 가사를 잊어버려도 탓하는 사람 없으니 너도나도 노래를 부르겠다며 방송국을 찾는다. 도대체 무슨 난리(?)가 났느냐며 방송국을 찾는 노인들도 많다. 관광객들도 인터뷰에 응하며 신기한 듯 바라본다. 쭈꾸미 방송국과 다방은 올 가을 남창 앞바다에서 대거 잡힌 쭈꾸미를 따서 붙인 이름. 민예총 전남지부와 해남지부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11월 한달간 운영하는 쭈꾸미 방송국은 27일 장날에는 북평면 청년회에서 직접 운영한다.
남창시장 활성화에 나선 북평면 청년회는 시장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쭈꾸미 방송국을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남창장의 명물로 떠오를 쭈꾸미 방송국, 시설도 미미하고 운영도 매끄럽지 못하지만 다듬어진다면 관광객을 끌어 모을 명물로 탄생될 날도 머지 않았다.      
한편 민예총 전남지부와 해남지부는 문화가 있는 재래시장을 위해 다양한 문화공연을 11월 한달간 연다.
공연은 주로 북평면에서 활동하는 여성들, 이들 여성들은 한량무와 장고 등을 선보이고 있다.
                                             박영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