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010-11-30 해남우리신문
내가 잘못 들었나싶어 재차 물었다. “우리 엄마 옷? 뭔 소리래?”
내게 엄마 옷이라는 말은 너무 희미하게 다가와 너무 공상 같은 얘기다. 우리 엄마 옷이라니…. “이모 옷 한 벌 해드렸다. 나한테 오셨더라.”
“우리 엄마가 어떻게 너한테 갔댔니?”
말을 뱉어놓고도 말 같지 않아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엉클어진다. 하는 일마다 마땅찮아 영가 천도제를 지냈는데 이모가 빙의로 들어와 춥다면서 고운 때깔옷 입고 싶다 하셨단다.
순간 왈칵 달려드는 정체모를 두려움인지 그리움인지…. 올 이월에 공단으로 빨간 저고리에 파란 치마로 해드렸다고 한다.
그 덕인지 하는 일마다 술술 잘 풀려 마음이 여유롭단다. 파란색치마, 순간 확 스치는 스크린에 잡힌 내 기억속의 초록색월남치마가 정지 상태로 내 동공을 키우고….
나야말로 패닉 상태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게 통화를 마쳤다. 정신을 가다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음이 아린건지 화가 나는 건지 기분이 묘하다. 어찌 배아파 낳은 딸 네 년이나 두고 조카딸한테 가서 옷 타령을 하셨을까. 뒷바라지 못해주고 먼저 간 게 미안해 염치없어 내겐 오시지 못하는 걸까. 무책임하게 두고 간 독한 어메 닮아 독살스럽게 삐뚤어진 내 정서를 아시고 차마 나를 찾지 못하심인지…. 시집살이하는 딸년 시댁 조심스러워 못 오시는 건지….
마음은 점점 황량해지고 귀신일지언정 참 끝까지 내겐 독한 어메다 싶다. 왜 나를 두고 조카딸한데 가는 건지 내한데 때깔 고운 옷 해달라면 해줄테고 노잣돈 달라면 내놓을 텐데….
끝내 엄마한텐 지독히 미운 마음만 앞섰던 내 젊은 날 이해하지 못했던 그 마음처럼 내 딸 두고 남의 딸한테 옷 타령하는 엄마 나도 이해 못하겠구랴.
모녀지간이지만 이승과 저승의 괴리처럼 전혀 통할 수 없는 이 독백이 너무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