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핵발전소를 다녀와서

2010-12-07     해남우리신문

영광사람들, 핵발전소 무조건 막으란다
양은선(우수영 영명중 교사)


지난달 27일 아침 영광으로 가는 답사행렬에 몸을 실었다
답답한 마음처럼 흐릿한 하늘을 보며 간밤에 정신없이 뒤졌던 인터넷 자료들이 머릿속을 파고 들었다. 특히 2005년 영광핵발전소 유치시기에 3번의 군수를 지냈던 민선군수의 군민들을 향한 호소문은 1980년 영광 핵발전소 건설이후로부터 방폐장(방사능폐기물관리시설) 반대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절절하게 설명하며 호소하고 있었다.
그날 안내를 맡아 주신 분은 농민회 활동을 하시는 분이라 했다. 어쩌다가 여기를 이런 일로 오셨냐고. 해남이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이걸 하네 마네 하느냐고.
청정바다에, 기름진 옥토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각종 문화재에, 빠지지 않는 인재들까지 다른 군처럼 가진 것이 없다면 이해라도 하겠다고.
영광핵발전소 홍보관 안에서 그 육중한 콘크리트안의 내부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수많은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영광원전이 가동된 이후 120여건이 넘는 크고 작은 고장, 열전달 완충판 이탈, 방사성 오염폐수 3500톤 바다유출 등 최근에도 연속되고 있는 불안한 사태들을 끝도 없이 얘기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장밋빛 꿈.
발전소 건설과 함께 유입되는 인력들 중 70%는 석, 박사급의 고급인력으로 인근 대도시에서 출퇴근하며 생활권을 영광에 두지 않아 지역경제와 무관하며 필요로 하는 인력이라고 해봤자 극히 미미한 수준이거나 단기고용자, 일용직 근로자에 그친다고 말한다.
그 뿐 아니라 핵발전소유치에 대해 찬성과 반대 여론이 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영광군민들 사이의 원한과 상처가 돌이킬 수 없이 되어버린 지금은 함께 했던 문화들마저 공존의 뿌리를 잃어버렸다고 개탄했다.
영광핵발전소 주위는 하나 둘 떠나버린 빈집들과 함께 겨울풍경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건설당시 초등5개교가 지금은 주민들의 결사반대에 부딪쳐 겨우 유지되고 있는 학교를 비롯해 2개 학교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주변 마을주민들은 단체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에 들른 가마미해수욕장은 더더욱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내 어릴 적, 여름날이면 어김없이 터미널과 버스유리창에 예외 없이 붙여져 있던 가마미 해수욕장 홍보포스터. 그곳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1호 해수욕장이었다
그런데 그 곳이 지금은 흉흉하게 드러나 있는 빈집들과, 열 폐수가 흐르는 바다일 뿐.
발바닥을 간질이는 부드러운 모래가 나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푸른 솔숲의 송호리가, 거친 파도를 자랑하는 송평리가, 아늑한 사구미가 이렇게 변하면 어찌되는 것인가? 버림받은 바다를 안고 사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돌아가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되도록 빨리 알려주라고 말씀하시던 안내자분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당부하신다.
“누가 깝깝헌 소리 허먼 전부 영광 가서 보고오라고 허세요. 보면 달라져요. 봐야 알제!”
우리군은 몇 몇 사람들이 유치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전반적인 해남 사람들의 정서는 유치 반대라는 것에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2번에 걸쳐 방폐장과 핵발전소 유치를 막았던 해남의 역사에서도 볼 수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휘둘려 다음 세대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 일.
전반적인 해남사람들의 정서에 반하여 반목과 갈등을 조장 하는 일.
더구나 나라 안팎으로 점점 삶이 힘겨운 이때, 우리 군민 모두를 힘들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