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친구에게
2010-12-21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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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가을은 참 힘들었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 학교의 고3 친구들이 실습을 나가지요. 떠나보낼 때마다, 처음 교직에 나온 21년 전에 가졌던 의문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이 아이들이 어디에 가서 어떤 모습으로 사회구성원이 되어서 살아갈까? 과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확신을 갖지 못할 때면 항상 괴롭답니다.
공단지역의 기숙사, 혹은 여럿이서 돈을 합쳐 세든 반지하방 어느 골짜기에 육신을 뉘고 쉴 저녁들, 스스로의 손으로 챙겨 먹어야할 구차한 끼니들, 여기저기 아리따운 청춘을 유혹하는 손쉬운 돈벌이들, 버는 돈에 비해 항상 더 커보이는 돈쓸 구멍들, 외로움을 파고들 줄 아는 나쁜 사람들의 달콤한 속삭임들, 나는 내 어린 친구들에게 그 속을 잘 헤쳐 나가는 방법들을 일러주었던가? 참 여러 번 생각해 본답니다.
세상에 의미 없이 자라는 풀은 없는데, 소리쟁이와 상사화는 여름이면 잎이 마르고 가을이면 다시 대가 올라오지요. 국화과 식물들은 누구보다도 가을을 먼저 알고 꽃을 피우고요. 봄이 오면 복수초는 노란 꽃등처럼 환하게 피어날 것입니다. 이 겨울 차가운 눈속에서 나는 매화를 기다리는 마음이 됩니다.
엄마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아버지로부터 주먹을 물려받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가족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은 친구들 가슴속에 깊이 깊이 또아리를 틀고서 달콤한 말로 유혹하는 나쁜 이에게 홀랑 넘어가도록 만들겠지요. 기억도 못할만큼 어려서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픔은 그대 평생 사랑하는 이를 믿지 못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지 않기 위해 배웠던 담배는 평생 가족과 아이들에게 그대를 따돌림 받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속의 배고픔이, 외로움이 자신을 흔들며 살아가도록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 야수들과 평생 싸우면서 살아가지요. 평생 자신과 싸우며 더 배우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삶이 되지요.
내 예쁜 친구들, 수업료를 내는 공부는 학교를 졸업하면 끝나는 것 같지만 실은 사회에서는 더 많은 수업료를 내야만 뭔가를 배울 수 있답니다. 사기를 당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고, 연애에 실패하면서, 결혼에 실패하면서 배우기도 하지요. 배우고 성장하지 못하면 다시 똑같은 상황에서 다시 한방 맞기도 하지요.
한방 맞으면서 자기속의 아픔을 알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한답니다.
인생의 여러 고비에서 내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내속의 아픔들임을 생각합니다.
1학년의 소년이 2학년의 반항아가 3학년의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보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내가 부모입장이었더라면 욕심 때문에 놓치고 말았을 그대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더더욱 행복한 일입니다. 그대들의 아픔조차도 그대가 성장할 것임을 믿기에 마음 아픔과 기대가 함께 있습니다.
그대들이 회사로 대학으로 떠나는 이 겨울에 나는 꽃을 기다리는 마음이 됩니다. 여러분이 꽃피울 계절이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꽃피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눈 내리는 오늘, 나는 매화를 기다리는 마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