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인 16주기 시인을 말한다

2010-02-26     해남우리신문

김남주(1946~1994) 시인. 그는 광주시 망월동 옛 5·18묘역에 잠들어 있다. 살아생전 그가 열렬하게 노래한 오월영령들과 통일운동가들 곁에. 그리고 봄이 오면 연초록 풀잎들을 이 땅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그의 무덤 밖으로 솟구치듯 올려놓는다.
김남주의 시는 고향에서 체득한 농민들의 삶과‘대지정신’에 뿌리를 둔다. 생전에 그는 말했다.“대지에서 발바닥을 뗀 문학은 힘이 없다. 아무리 힘센 거인이라도 땅에서 발이 1mm라도 떨어졌을 땐 힘없이 넘어지게 마련이고 문학도 그렇다.”라고.
해남읍에서 남쪽으로 4km 지점에 위치한 삼산면 봉학리. 완도로 가는 국도에서 조금 비끼어 서면 남녘 땅 전형적인 소나무 숲 사이로 김남주의 고향이 달려 나온다. 자유와 투쟁을 노래한 시이든, 통일을 노래한 시이든, 민중과 민족을 노래한 시이든, 광주학살에 분노한 시이든, 자기변혁을 노래한 시이든, 풀꽃들을 노래하는 서정시이든―그의 모든 시편들은 대지의 흙 한줌, 바로 여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던가.
김남주가 즐겨 부른 18번은 [고향의 그림자]다. 수배자로 언제나 쫓겨 다니며 숨어살아야 했던 그는 자신의 아버지께서 땅에 묻히던 날마저도 감옥문을 나가지 못한 사람이다. “찾아갈 곳은 못 되더라 내 고향 / 버리고 떠난 고향이길래 수박등 흐려진 / 선창가 전봇대에 기대서서 울적에 / 똑딱선 프로펠라 소리가 이 밤도 / 처량하게 들린다 물 위에 복사꽃 / 그림자같이 내 고향 꿈에 어린다”를 부를 때 그의 눈동자는 흥건히 젖곤 하였다. 그만큼 그는 순결한 혼과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다.
찬 서리 /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 -시 [옛 마을을 지나며] 전문
시인은 겨울이 다가와도 찬 서리 나무 끝에 홍시 하나쯤은 남겨두는 고향사람들의 마음을 ‘조선의 마음’이라고 추켜올린다. 그것이 우리민족의 여유이며, 본성 또한 희망이 아니겠느냐고 노래한다. 숨을 거둔 그날까지 ‘고향 해남의 흙’ 한줌, 한줌에 하염없이 애정을 보낸 김남주! 그는 ‘민족과 함께 울고 웃으며’ 역사 속에 몸을 던진 시인이었다. 한반도 통일문학에 가장 뚜렷한 전범을 보인 위대한 민족시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