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인과 함께 한 10년

2010-02-26     해남우리신문

20세기의 마지막 해였던 2000년 5월 26일 밤이었다. 여성회관 1층 강당에서‘조국·자유·사랑’이라는 부제를 달고‘민족시인 김남주 문학의 밤’이 열렸다. 당시 땅끝문학회장을 맡고 있던 나는 우리 땅끝문학회의 첫 번째 사업으로‘김남주’를 그의 문학적 위상에 맞게 고향에서부터 새롭게 자리매기고자 했다. 그동안 고향 사람들에게‘불온한 시인’으로 각인되어진 김남주는‘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도 먼 당신’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엔 군수를 비롯한 지역의 나이든 문학인들까지 함께 모여 김남주를 비로소 시인으로 만나는 자리가 되었다.
그날 이후 뜻을 같이 하는 몇몇이 모여 지금은 사라진‘부광정’과‘YMCA 사랑방’을 드나들면서 민족시인 김남주기념사업회를 준비하고, 그해 9월 1일 여성회관에서‘민족시인 김남주해남기념사업회’를 창립했다.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10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김남주’라는 이름이 참으로 귀한 인연들을 궁벽한 이곳 땅끝까지 불러들였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대한민국의 대표적 시인 고은,‘접시꽃 당신’으로 심금을 울렸던 도종환 시인, 그리고 섬진강 시인 김용택, 노래하는 음유 시인 정태춘,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안치환, 나팔꽃과 함께 하는 시노래 콘서트 등 김남주를 통해 우리 시대의 저명한 시인들과 가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시인의 고향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해마다 열리는 김남주문학제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화마당의 한 전형을 만들어 왔다. 그 속에서 시인이 꿈꾸던‘자유와 평등’을 다시 새기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었다.
2007년에는 해남군의 지원으로 김남주 생가를 초가집으로 복원하고‘시문학 공원’으로 단장했다. 김남주 시인의 흉상과 시비, 그리고 체험 공간 등을 마련하여 김남주 시인을 찾는 관광객들과 청소년들이 그의 삶과 시를 가슴으로 느끼도록 조성했다. 아직은 생뚱한 면이 없지 않으나 세월과 함께 우리 고장의 명소가 될 것이다.
김남주 시인이 간 지 벌써 16주기를 맞는다. 가난한 자와 억압 받는 자를 위해 저항의 펜을 들고 변혁을 꿈꾸었던 시인은 갔지만 그의 시는 우리들 가슴에 남아 그의 집 뒤란에 일렁이는 청대나무 잎처럼 푸르고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