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해맞이 축제 백미 용줄 만들기

2010-12-28     해남우리신문
길이만도 75미터 갖가지 장비 총동원


줄을 더 돌려. 더 짱짱하게 돌리라니까. 땅끝마을 회관 앞이 종일 시끌벅적이다. 조용하게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모두 악을 쓰다시피 종일 큰 소리다.
두께만도 50cm이상이고 길이만도 75m의 용줄, 용줄을 만드는 작업장 길이만도 100m이상. 무전기가 없는 이상 악을 써야 말이 전달된다.
21일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작업, 젊은이부터 90세 노인까지 마을사람 죄다 나와 작업을 한다.
이날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돌려 쉬지말고 무조건 돌리라는 말. 새끼와 새끼를 힘있게  꼬라는 말이다. 얼마나 짱짱하게 새끼들이 꼬이느냐에 따라 용줄이 튼튼해지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다보니 마을 사람들은 종일 새끼줄을 돌리는 일에 매달린다. 해질녘이 되니 손과 어깨에 감각이 사라진다. 그래도 이틀만에 용줄을 만들어야 하니 40여명의 동네사람들은 죽을둥 살둥 새끼줄과의 싸움이다.
150바퀴의 새끼줄이 소요되는 용줄, 250개의 새끼들이 꼬이고 꼬여 하나의 용줄이 완성된다.
해맞이 축제를 위해 용줄을 만들어온 땅끝사람들, 모두들 달인이 따로없다. 할머니들은 새끼 한타래씩을 맡아 줄이 꼬이지 않고 잘 풀리도록 하는 일을 맡고. 나이 드신 남자 분들은 새끼와 새끼를 꼬는 일, 젊은 청년들은 더 두꺼운 줄을 만드는 일에 매달린다.  
땅끝 해맞이 행사 때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고 인상깊어하는 것이 용줄다리기 싸움, 그러다보니 올해로 11년째 용줄다리기가 선을 보인다. 해맞이 행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땅끝사람들의 용줄만들기 이력도 늘어난다.
그러나 40여명이 이틀만에 만들어내야 하는 용줄 만들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래도 어부 출신들이라 줄과는 인연이 깊어 농사짓는 사람들보다는 솜씨가 더 낫다고, 하지만 하루종일 이렇게해라 저렇게 해야한다는 말로 큰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취재하는 내내 저러다 큰 싸움나면 어쩌나 가슴을 졸인다. 그러나 큰 소리 와중에 새끼줄은 점점 두꺼워지고 새참으로 나누는 소주 한잔에 헐헐 털어버리는 땅끝사람들. 새참 시간 내내 우스갯소리로 박장대소를 하던 땅끝사람들은 다시 일이 시작되자 바다에서 그물과 싸움 하듯 악착스럽게 새끼줄에 매달린다.
워낙 두껍고 긴 줄이다보니 온갖 방법들도 동원된다. 가장 작은 두께의 새끼줄을 꼴 때는 일자형 대나무가 동원되고 더 두꺼운 줄에는 십자형 쇠가, 가장 두꺼운 줄을 꼴 때는 트럭이 동원된다. 트럭 뒷바퀴에 줄을 매달고 엔진을 돌리면 돌아가는 바퀴의 힘에 의해 두꺼운 용줄이 탄생되는 것이다.
처음 해맞이 축제 때 용줄다리기를 하자는 안이 제기되자 땅끝사람 20여명은 영암 도포까지 찾아가 만드는 법을 배웠다. 평생 뱃줄을 잡아온 어부들이라 그 원리가 쉬이 파악되더란다.
그 즉시 무안면 일로에서 트럭 2대 분량의 새끼를 사와 용줄다리기를 만들어 온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단다.

박영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