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의 장단에 흔들리지 말자
2011-01-04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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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기(반대연합 사무국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중요하고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없다. 살아오면서 돈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고 돈 때문에 눈물 흘려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본인의 어려움도 심각하지만 어린 자식들이 눈앞에서 시들어간다면 자신의 심장인들 팔지 못하겠는가? 일단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돈의 무서움, 그 끈질긴 두려움을 나는 아직도 다 극복할 수 없다. 거꾸로 돈은 절실하고 귀한 만큼 저절로 생겨나는 법이 없다. 누군가 많은 돈을 제시한다는 건 그 액수만큼의 위험과 고통을 지불하라는 말이다. 단순한 진리, 세상에 공짜란 없다!
큰돈을 내밀었다면 상대는 요구한다. 목숨이라든가, 영혼의 타락이라든가, 돌이킬 수 없는 배신 같은 것, 내가 도저히 내줄 수 없는 어떤 것을 말이다. 핵발전소를 지으려는 (주)한수원의 안타까움은 알겠다. 세우긴 세워야겠는데 어디서도 환영하지 않고, 위험성을 아는 사람들의 저항이 심하니 방법이 없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다. 돈으로.
전기의 최대 수요지인 도시를 놔두고 농촌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마침 농촌경제도 심각하니 돈이면 환영할 것이라고 오판한 것이다. 한수원의 장단은 이뿐이 아니다. 유치를 위해 홍보활동을 하라고 몰래 거액의 뒷돈을 대줬던 사실들이 드러났다.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서,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업가의 폭로를 통해서 그들의 행각이 드러났다. 영광, 경주, 영덕····. 추악한 뒷거래와 조종을 통해 그들 표현대로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유치에 성공했다.
이런 한수원의 장단에 호응하는 것은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돈이 아무리 좋아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개인의 인생살이에서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엄연하게 있는데 8만 군민과 대대손손의 운명을 핵발전소로 바꿔칠 순 없다. 자손들의 안전에 심각한 폐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핵발전소인데 눈앞의 돈을 담보로 자손의 안위를 바꾸는 어버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당장 먹기에 곶감이 좋다고 했다. 핵발전소가 들어오면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남의 청정 이미지는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전기를 생산하는 핵발전소와 무기로 쓰이는 핵폭탄은 평상시에 그 용도가 다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면 둘 다 똑같이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한반도의 현 정세를 보면 일촉즉발 전쟁이라도 불사할 듯한 모습이다. 황금이 일순간 모든 운명을 바꿀 수 없다. 핵발전소는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다.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고, 한번 설치되면 영원히 제거 불가능한 불치의 암덩어리이며, 해남발전의 항구적 장애물이다. 일부의 사익보다는 다수의 공익이 우선시 돼야 한다. 철 지난 핵시설이 들어오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갈등과 반목이 지역사회를 덮게 될 것이다. 우선 다급하다고 독이 든 사과를 삼킬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