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 친구 대현아 다시 너의 이름을 부른다 -이상민(읍 조은정보통신)

2010-02-22     해남우리신문

황량한 바람만 가슴 가득 몰려오는 날이었다. 친구 몇이 너의 마지막 가늘 길을 따랐지. 먹먹한 가슴에 우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결국 하늘 바라보며 참았던 눈물을 기어이 내놓고 말았지.
대현아, 지금이라도 너의 이름을 부르면 내 곁에 다가와 다정히 웃어줄 것만 같은데, 이젠 주인 없는 이름이 되고 말았구나.
대현아, 살아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렇게 가버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다정히 말 걸어주고, 좀 더 웃어줄 건데. 만나자는 전화에 바쁘다는 핑계도 대지 않았을 텐데.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넌 그렇게 기약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구나.
대현아, 네가 가버린 지금 네가 살아온 길을 가만히 생각해 본다. 스무 살 무렵 한꺼번에 부모님 잃고 어린 동생과 의지하며 험한 세파를 헤쳐나가야 했던 너. 힘들게 모은 돈으로 먼저 결혼한 동생 아파트까지 사주며 든든한 형 노릇하려 했던 착하디 착한 너. 지인들의 일이라면 너의 일처럼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열심이었던 정 많았던 너였는데…. 그래, 정이 넘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정이 넘쳐 마라톤까지 버텨내던 그 튼튼한 심장이 멈춰버렸을까?
돌아보면 넌 어렵고 힘든 세월을 감내하며 살아왔구나.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항상 웃음으로 대해 너의 아픔을 알지 못했는데,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이제야 떠나고 난 너의 빈자리가 크게만 다가오는구나. 세상엔 인간의 탈을 쓰고 고상한척 하는 못된 이들도 많은데, 하느님은 어찌하여 너처럼 착하고 정 많은 사람을 먼저 데려갔단 말이냐! 야속하고 불공평한 하늘에 대고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대현아, 이제 혼자 남은 네 동생은 누굴 의지하며 살아야 한단 말이냐?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 뒤 널 아버지라 여기고 살아온 네 동생인데, 휑한 방안엔 찬바람만 가득하지 않을까. 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와 어여쁜 제수씨의 마음을 저리도 심란하게 만들어놓고, 무엇이 바빠 그렇게 세상 훌훌 털고 떠나버렸단 말이냐. 대현아, 정녕 우리 곁을 떠나간 거냐? 이젠 세상 그 어디에서도 더 이상 널 볼 수가 없는 거냐? 화장장 굴뚝으로 흩어져가던 하얀 연기는 정녕 너의 몸을 태운 연기였더란 말이냐?
죽음은 남의 일로만 여겼는데, 이렇게 가까이 죽음은 다가와 있는 거였구나. 네가 살아온 서른다섯 해. 아직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들이 더 많기만 한데…. 대현아, 그곳에선 제발 주지 말고 받고만 살아. 이렇게 너에게 받기만 했던 사람들 마음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대현아,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늘 받아보던 너의 안부전화, 올 설에도 기다려볼게. 대현아, 아직은 널 보낼 때가 아니야. 너에게 받은 정 돌려주지도 못했는데, 그건 가져가야지.
불러도 메아리 없는 빈 허공에 망우가(亡友歌)를 부르며 너의 이름 다시 외쳐본다. 대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