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해남의 주인은 누구인가

2011-01-11     해남우리신문

엄동설한에 장끼가 아내 까투리와 함께 자식들을 거느리고 먹을 것을 찾아 들판을 헤매다가, 누군가가 눈을 제거하고 먹음직스럽게 놓은 콩 한 알을 발견한다. 까투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굶주린 장끼는 고집을 부려 먹으려 한다. 이때 까투리가 장끼에게 말하길 “당신과 영 이별할 징조요. 고서(古書)를 볼량이면 고집불통 과하다가 패가망신 몇몇인고?” 허나 장끼 답하기를 “세상에 콩 먹고 다 죽을까, 고서를 볼작시면 콩 태(太)자 든자 마다 오래 살고 귀히 되니. 나도 이 콩 달게 먹고 태공같이 오래 살고, 태백같이 하늘에 올라 태을선관(太乙仙官) 되오리다.” 이는 원래 판소리로 전승되다가 우화 소설로 정착된 장끼전의 일부이다. 현재 원전 유치를 놓고 다투는 해남의 형국과 너무 흡사하다.
원전유치를 반대하는 단체에 이어서 최근 찬성하는 단체도 결성되었다. 본격적으로 세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해남의 발전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발전은커녕 갈등만 불러올 것 같아 우려된다.
상대측을 거론하며 테러하겠다는 이도 있고 ‘고향(해남)도 아닌 사람들이 반대한다’며 격분하는 이도 있다. 우려가 현실이 돼 가고 있음을 느낀다. 전북 부안과 같은 파국은 막아야한다. 찬성측과 반대측 모두 지역발전을 위한다면 하나가 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원전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찬성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기왕 지역신문에 발표된 찬성측 견해를 중심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기본적으로 한수원의 주장을 검증 또 검증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찬성측의 견해들은 청정에너지, 안전성, 혜택만을 강조한 한수원의 홍보자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둘째, ‘한국원전의 안전성을 세계가 인정했다’고 하는 찬성측 견해에 공감하지 않는다. 원전기술을 보유한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도 사고가 빈발했는데, 우리만 안전하다는 것은 액면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원전수출을 보자. 한국은 아랍에미레이트가 유일하고(2009. 12), 반면 일본은 요르단, 베트남, 태국과 작년 말 연달아 협정을 맺었고 터키, 중국 등에서도 한국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주목할 점은, 한국형원전(APR1400)은 미국원전(System 80+)을 개량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지만, 아직까지 해외에서 안전성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형원전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아야하고, 그 기간은 추후 6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공사마저도 지연이 불가피해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유사시 북한이 미사일로 공격한다면, 원전은 곧 원자폭탄으로 돌변한다는 점이다. 원전건설에서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을 피하는 진짜 이유를 생각해보자. 원전의 안정성은 지향·희망할 뿐이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찬성측에서 주장하는 해남 발전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냉정히 숙고해야 한다. 한수원이 주장하는 이득을 그대로 제시할 것이 아니라 손익계산을 면밀히 한 후 장기·단기 실익을 검증 제시해야 한다. 넷째, 원전유치 후에도 끊임없이 생기는 각종 반목·갈등을 염려해야한다. 원전피해 보상, 지원금, 이주대책 등이 갈등원인으로 영광의 예에서 알 수 있다.
장끼가 콩을 보듯이, 이득만을 생각하고 원전유치를 주장한다면, 해남의 미래는 파국을 초래할 것이다. 장끼의 태도와 흡사한 주장이 곤란한 이유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진정한 해남발전을 위해서라면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원전유치는 암덩어리가 될 것이다. 이런 원전을 우리는 찬성할 권리가 있을까? 해남을 보전해 후손에 전달할 의무만이 있다고 본다. 해남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 모두가 밝은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