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민귀군경(民貴君輕)을 기대하며
2011-01-11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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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원(해남읍 성동리)
대학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연초엔 쉬운 한자로 희망의 사자성어를, 연 말엔 생소한 한자숙어로 정부의 치적을 압축해 표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관례에 따라 교수신문은 전국교수 2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1년 새해 사자성어로 민귀군경(民貴君輕)을 선정했다.
이는 맹자 진심편의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 에서 취한 글귀이다.
관권이 인권위에, 부자가 빈자위에 군림하고, 힘센 자가 힘없는 자를 핍박하는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요즘 나라의 근본인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는 뜻에서 선정한 사자성어이다.
그러나 과연 위정자께서 얼마나 이를 실행할까?
지난 경인년 후반기에는 느닷없이 ‘공정한 사회’를 외치더니 황의돈 육군 참모총장을 6개월 만에 퇴진시키고, 경북 포항 출신인 대통령 고교 후배인 김상기 씨를 육군참모총장에 임명함으로써 3군 참모총장이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또 경북출신인 이홍기 3군 사령관은 현 정권 인수 위원장을 지냈고 합참 합동작전 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연평도 포격도발을 맞은 핵심 책임자인데도 문책은커녕 3군 사령관으로 진급시킴으로서 전대미문의 ‘영포인사’ 를 자행했다.
그동안 교수신문에 나타난 새 정부 3년 세월에 대한 사자성어는 이러했다.
2008년 연초 사자성어는 광풍제월(光風霽月)이었다. 군자의 인품이나 치세(治世)를 맑은 날 바람과 비 갠 후의 달빛에 비유해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담았다. 그러나 연말 사자성어는 호질기의(護疾忌醫)로 채 1년도 안 돼 병을 숨기고 의사를 속이듯 잘못이 있음에도 남의 충고를 멀리한다는 평가를 했다.
2009년 연초 사자성어는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스스로 원칙을 굽히지 말자였다. 그러나 연말 사자성어는 방기곡경(旁岐曲逕)이었다. 샛길과 굽은 골목을 다니듯 정당한 방법을 피하고 억지스럽게 지내왔다는 평가로, 원칙이 지켜지길 바랐으나 억지와 편법이 난무했다는 내용이다.
2010년 연초 사자성어는 강구연월(康衢煙月)이었다. 큰 길거리에 달빛이 은은히 비치는 모습이니, 그야말로 아무런 근심 없는 태평성세를 바란 내용이다.
그러한 희망은 3월에 발생한 서해 천안함 사건으로 여지없이 부서져 버렸고, 11월 연평도 피격사건으로 강구연월의 시간을 구가하지 못했다. 그래서 연말의 사자성어는 장두노미(藏頭露尾)로 머리는 처박아 감췄으나 꼬리는 드러난 모습이니 뭔가 숨기려 하지만 실체는 이미 다 알려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근심걱정 없이 살고 싶었으나 진실과 왜곡 사이에서 국민들의 마음고생이 컸다는 의미이다.
새해 사자성어를 접하고서 신문에 게재되었던 글들을 간추려 되씹어 보며, 신묘년 새해는 정말로 민귀군경(民貴君輕)의 한해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