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이란
2011-02-08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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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어불도에서 당신이 발굴한 수영 선수 허준이라고 있잖아요. 우연히 플래카드를 보았는데 수구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었다고 쓰여 있던데요.”
“아, 그래 참 잘 됐구만! 어불도 경사 났겠네.”
아내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가슴은 지난 시절 어불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벌써 오래 전인 2003년도에 부처를 닮은 섬 어불분교장에서 근무할 당시 허준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인즉 허준이가 어란에 자장면을 먹으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배가 없어 어란과 어불도 사이의 바닷길을 헤엄쳐 왔단다. 수영의 문외한이었던 내가 ‘어쩌면’이라는 직감으로 허준이를 데리고 체육중학교를 향했다.
체육중학교에서 허준이의 수영 재질을 테스트한 감독님의 말씀인 즉
“이 아이가 대단한 재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위탁 훈련을 받으면 어떨까요?”
이렇게 해서 허준이의 수영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 곳에서 훈련받기를 한 달 여. 부모를 떠나 처음 생활해 보는 그 곳에서도 허준이는 바다에서처럼 적응을 잘 해냈다. 한 달 동안의 훈련으로는 기초도 닦여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경험을 쌓게 하고자 제28회 전남학생종합체육대회에 참가했었다.
체육중학교 감독님의 이야기로는 이제 겨우 평영의 기초를 배웠고 대회 5일 전에 턴하는 연습을 했단다.
그래도 한번 해 보자!
이렇게 도전을 했는데 예선을 통과하고 평영 50m에서 3위를 했다.
나는 출발하기 전. 허준이를 꼭 껴안아주었다.
“박허준! 힘 내. 너는 비록 한 달밖에 훈련하지 않았지만 너처럼 수영을 잘하는 아이는 드물단다.”
출발!
훈련기간이 짧아 스타트도 느리고 턴하는 데에도 분명 서툴렀다. 하지만 물을 친구 삼아 자란 허준이는 시합을 할수록 눈에 띄게 기량이 늘었고 첫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 후 개인 사정으로 수영을 2년이나 쉬게 되었는데 어느 날 허준이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허준이 다시 수영을 할 수 없을까요?”
“수영을 2년이나 쉬었으니 힘들 것입니다만 재능이 있으니 체육중학교와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허준이는 수구선수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국가대표선수로 선발이 되었단다. 위험한 바닷길을 겁도 없이 건너다녔던 어불도 섬 아이 허준이는 이제 수영 인생을 살게 되었다.
오늘은 허준이가 보고 싶다. 허준이로 촉발된 어불도의 그 아이들이 보고 싶다. 키가 작달막했던 경철이, 그리고 얼굴은 생생하지만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은 그 아이들이 보고 싶다. 그 아이들과 설봉호를 타고 금강산을 오갔던 일, KBS 열린 음악회에 출연해 ‘섬집아기’를 불렀던 지난 추억들, 삼성의 초대를 받아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프로 선수들과 축구경기를 했던 경험들, 밤엔 야학을 하며 실력을 닦았던 이런저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제는 나보다는 키가 훨씬 커버렸을 그 아이들이 보고 싶다.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체육대학교 합격발표만을 남겨놓고 있다는 허준이의 이야기를 듣고 오늘 이런 생각을 한다.
삶이란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하는 것
기회는 붙잡을만할 때 붙잡아야 하는 것
그리고 책임을 다하는 삶이 아름다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