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탈도 구경하고 고대 이집트도 공부하고
2011-02-08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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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유럽 고고학계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집트 왕들의 계곡에서 도굴이 되지 않은 채 온전히 보존된 투탕카멘왕의 무덤을 발견한 것이다.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발굴된 이 묘로 인해 투탕카멘은 이집트의 왕들 중 가장 유명한 왕으로 기억되게 됐다.
땅끝ㄱ미술관에 가면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이 마련한 세계최초 종이 파피루스와 조각탈 특별전을 만날 수 있다. 또 이곳에서는 파피루스 종이에 재현된 고대 이집트의 미술을 볼 수 있는데 이중 하나가 투탕카멘의 황금가면이다.
파피루스는 나일강 삼각주 지역에서 자라는 풀처럼 생긴 수생식물로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걸로 종이와 돛, 천, 방석, 밧줄 등을 만들었다. 기원전 2600년경부터 사용된 파피루스 종이는 파피루스 줄기를 잘라 세로로 얇게 쪼개 종횡으로 겹치게 압착한 뒤 일정기간 건조시켜 표면을 돌이나 조개껍질로 문질러 매끈매끈하게 만든 세계 최초의 종이이다.
기원후 8~9세기에 다른 식물섬유로 종이가 제조되기까지 이집트의 아랍인들에게 널리 애용됐던 파피루스 종이의 제조과정도 땅끝ㄱ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어 고대 이집트인들의 지혜와 과학기술 수준도 엿볼 수 있다.
파피루스 종이에 재현된 작품 중 호루스 신과 네페르타리 여왕도 만날 수 있다. 호루스 신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으로 얼굴은 매, 몸은 사람의 형상으로 파라오를 수호하는 정의의 지배자다. 네페르타리(기원전 1290년경~1254년) 여왕은 완벽한 아름다움이라는 뜻으로 클레오파트라보다 더 완벽한 미모를 갖춘 여왕으로 알려져 있다.
네페르타리 여왕은 67년간이나 고대 이집트를 통치했던 람세스 2세의 부인으로 왕은 아름다운 여왕을 위해 아부심벨 소신전까지 건립해 준다.
이집트 미술은 영혼불멸에 대한 믿음으로 ‘죽은 사람을 위한 미술’이라고 일컬어진다.
땅끝ㄱ미술관에 전시된 파피루스 종이에 재현된 작품들도 모두 무덤 벽화 작품들이다.
호루스 신과 네페프타리 여왕이 등장하는 작품도 네페르타리 여왕이 사후에 호루스 신을 만나는 장면이다. 그림은 진실의 심판을 통과한 네페르타리 여왕이 사자의 안내로 호루스 신을 만나 호루스 신으로부터 영생을 의미하는 열쇠 모양의 앙크를 건네받는 모습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집트 고대 미술에서 표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집트인들은 사람 얼굴을 그릴 때 옆모습을 그렸다. 옆모습을 그려야 입체감이 살아나고 표현하고 싶은 인물을 잘 나타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굴은 옆모습인데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어깨와 가슴은 정면을 향하고 있지만 다리와 팔은 측면을 그리는 등 사물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각 부분을 따로 떼어내 다시 그리는 종합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태어날 때 카(KA)라고 하는 영혼과 함께 태어나고, 죽은 후의 세계에서도 카가 있어야만 재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죽은 후에 카가 돌아올 육체가 필요했기에 이집트에서는 미라가 발달하게 된다. 한마디로 이집트인들은 현세보다 사후세계를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현세는 그저 사후세계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겼기에 이들은 사후에 너무도 많은 투자를 했던 것이다. 피라미드와 각종 신전, 왕들의 계곡 및 왕비의 계곡 등이 모두 사후 세계를 위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땅끝ㄱ미술관에는 미라를 만드는 모습을 담은 작품도 전시돼 있어 그림과 함께 고대 이집트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더욱 알찬 관람기회가 된다.
땅끝ㄱ미술관에는 파피루스 종이전과 함께 세계 각국의 탈도 전시돼 있다.
한국의 하회탈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아프리카 탈 50여점이 전시돼 있어 각국 탈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흥미 있는 것은 50여점의 탈 모두 다른 표정을 짓고 있어 다양한 얼굴표정을 만날 수 있고 나라마다 표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특히 탈의 조형성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에서는 원숭이 가족의 조각도 전시돼 있다. 공부하는 원숭이, 낚시질하는 원숭이, 부끄러운 원숭이 상이 재미있게 표현돼 관람자들을 웃음 짓게 한다. 박영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