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ㄱ미술관 어떻게 성공시킬까
2011-04-05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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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록’을 비롯해 ‘남서고비결’ ‘감결’ ‘징비록’ ‘유산록’ 등 수십여 종의 책에서 언급한 흉년, 전염병, 전쟁 등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을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인 이른바 그 ‘십승지(十勝地)’라 한다.
땅끝 해남은 천년이 지나도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이다.
검푸른 파도가 집어 삼킬 듯한 동해와 달리 서남해 바다는 정겨운 얼굴이자 늘 환한 미소로 반기는 듯하다.
바다와 땅이 어우러져 수려한 풍광을 뽐내는 해남에 주목할 만한 건축물이 하나 있다. 바로 ‘해남땅끝ㄱ미술관’이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한반도에서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땅끝 마을에 들어선 ‘ㄱ미술관’.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곳이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문화인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해남땅끝ㄱ미술관’은 23억 원을 들여 지난 2003년에 개관했다. 8년이 지난 올해 수준 있는 미술관으로 재탄생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동안 3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에 힘입어 군민과 지자체가 국가 인증 1종 미술관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땅끝 ㄱ미술관 운영위원들이 27점의 조각 작품과 일반 회화작품 73점 등을 기증 및 협찬 받아 오는 11월 11일 기념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땅끝조각공원’과 더불어 ‘해남땅끝ㄱ미술관’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소장품을 가장 많이 간직한 미술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브레겐츠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KUB)’ 미술관이 있다.
1997년에 설립된 미술관에선 제니 홀처, 레이칠 화이트리드, 리처드 세라, 안토니 곰리, 신디셔먼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걸렸고, 얼마 전까지 한국의 작가 양혜규의 작품도 전시했다.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KUB)’가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설립 준비에서부터 테마를 가지고 접근했다” 는 것이다. 또 미술관 건물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즈커 상을 수상한 스위스 건축가 페터 줌토르가 설계해 지은 것도 한 몫을 했다.
오스트리아의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 미술관’에 ‘해남땅끝ㄱ미술관’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도립미술관 혹은 시립미술관을 만들고 있지만, 정작 완공 후에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아 썰렁한 모양새이다.
그래서 인구 2만7천 명이 사는 작은 도시 브레겐츠의 미술관의 성공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미술관을 세워 놨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관리 운영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땅끝 마을에 미술관이 세워지는 것은 주목할 일이지만, 척박한 풍토 아래 미술관이 온전히 제 기능을 할 것인가 하는 일반적 우려를 넘어서는 것이 과제다. 우리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작가와 작품을 전시 감상할 특별한 콘텐츠를 준비해 접근한다면 성공한 미술관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으리라 본다.
이를 위해 당국과 미술관이 적절한 계획을 마련해 과감히 실천하고 지역 문화인들이 미술관을 자주 찾으면서 홍보에 나서면 성공의 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