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로 인한 전남 막걸리 위기

2011-04-05     해남우리신문

송우종(옥천주조장 대표)


요즘 들어, 우리 전통 막걸리에 대한 인식과 인지도가 꾸준히 향상되고 있습니다.
시골에도 각 면단위 별로 대를 이어온 영세 주조장들이 나름대로의 제조방식과 재료를 이용해 지방마다 특색 있는 막걸리를 제조․유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지방만의 향과 특색을 지닌 수많은 전통주(막걸리)들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멀리 해외까지 수출되고 있는데 이는 열악한 상태에서도 피나는 노력을 경주한 지방 영세업자들의 기여가 한 몫 했으리라 자부합니다. 그런데, 이런 지방 영세업자들의 노력으로 막걸리가 국민의 사랑을 받자 대기업들이 유통망을 무기로 막걸리 시장에 뛰어 들고 있습니다. 물론, ‘진로 소주’나 ‘롯데음료’, ‘오리온’ 같은 대기업은 해외수출만으로 영세업자들의 시장을 잠식하지 않았고, 오히려 OEM 방식으로 수출해 대기업과 중소영세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남을 대표하는 보해양조는 직접 막걸리 생산라인을 설치해서 소주와 함께 막걸리를 소매점까지 보급해 시장을 잠식해 오고 있습니다. 끼워팔기식의 보해양조 시장횡포는 이미 복분자 술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바 있습니다. 수년을 고생해서 인지도를 높여 놓았는데 보해양조가 강력한 유통망을 무기삼아 복분자 와인 시장에 뛰어 들어 고창의 영세업자들 대부분을 문 닫게 했습니다.
지금 전남의 막걸리 시장도 현 추세라면, 보해 양조에게 모든 시장을 빼앗기고 영세 주조장들은 대를 이어 전통주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땅에 묻어야 할 것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전통주인 ‘니혼주’라고도 불리는 ‘사케’는 전국적으로 2000여개가 넘는 주조장에서 수천종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며 내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수출하며 일본의 전통주로써 확고한 자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위상은 전통주 제조자들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발전되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디 자본주의 시장원리는 차치하고라도 세세히 유통구조와 상도덕을 살펴보시고, 영세하나 지역의 특산주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대를 이어 만들어온 우리 각양의 전통주가 맥이 끊기지 않게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3대째 막걸리를 만들어오고 있고 제 아들도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해 4대를 이어 전통주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미력하나마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전통주의 맥을 잇는다는 자부심으로 평생을 살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대기업의 횡포는 이런 저의 소박한 꿈도 허락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막걸리 맛의 다양성은 우리 전통 식문화의 풍성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고창의 복분자 술과 같은 전례가 우리 고장과 전남의 막걸리 시장에서 일어나지 않길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