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을 아시나요 시골선술집답지 않게 언제나 북적 끝. 시등 88슈퍼식당

2010-02-28     해남우리신문

삼산면 시등 마을에 가면 목로주점이 있다. 노랫말처럼 30촉 백열등이 달린 허름한 목로주점이 아니라 형광등이 달린 깔끔한 슈퍼이다.
박석철(73)씨는 군 생활을 이등병으로시작해 73년도에 소령으로 예편한 뒤 삼산면 예비군 중대장을 지냈다. 그 후 80년부터는 황산면 호교리 간척지 22마지기 가경작권을 얻어 농사를 지었고 이후 어성교 인근의 간척지 3000평을 불하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러나 박씨에게도 기회는 왔다. 시등 마을 앞을 지나는 완도 간 지방도 4차선 확장공사 때 현장사무소 함바집을 운영하게 됐던 것이다. 인부들의 숙소와 현장사무실 청소까지 도맡으면서 기반을 닦았던 박씨 부부는 2년 전 장모님에 이어 큰처남이 운영하던 가게를 인수하게 됐다. 허름한 건물을 허물고 조립식으로 깔끔하게 단장을 했다. 부인의 음식 솜씨가 좋다는데, 특히 김치 맛이 일품이란다. 함바식당을 운영할 때는 현장소장이 서울 집으로 택배를 부탁해 올 정도였다고 한다.
88슈퍼식당은 시등사거리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고, 바로 옆에 버스 승강장도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목로주점으로 불러달라는 박씨의 가게는 담배 손님이 주를 이루는데, 길을 묻는 사람도 들르고, 사람을 찾는 사람도 들러 가는 곳이다.
부인의 음식 솜씨가 빛나는 김치는 빠지지 않는 이집의 메뉴다. 김치찌개와 두부김치 그리고 생태탕은 이 집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별미이다. 박씨의 경영원칙은 박리다매와 깔끔함이다. 박씨의 가게를 찾는 주된 층들은 50~60대로 인근 주민들, 싼 술값과 정갈한 음식맛이 읍으로 가는 발목을 잡을 정도라고 한다.
워낙 좋은 길목에 자리를 잡아서인지, 일반 시골 선술집답지 않게 손님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인근의 크고 작은 일들 또한 이합집산을 하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박씨는 부인이 산에서 채취해온 약초로 술을 담가 놓기도 했는데, 전시용으로 진열만 할뿐 판매는 하지 않는단다. 또한 그 약초를 이용해 건강관리도 하고 있다며 영지, 딱지, 마, 봉황산삼 등은 당과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