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싼 해남살이
2011-04-19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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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조만간 리터당 2000원 시대가 멀지 않을 것 같다. 대도시 보다 대중 교통망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아무래도 자가용 승용차를 많이 타게 되고 거리가 멀어서 교통비가 가계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촌에서는 연료로 등유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난방비는 서울에서의 생활보다 놀라울 정도의 부담을 안겨준다.
그 뿐 아니다. 올해로 이곳 해남에 귀농한지 4년째 되는 나를 화나게 하는 또 한 가지는 이곳 해남의 고물가다. 귀농한지 첫 해에 몇 가지 생활필수품과 야채 청과를 사면서 느낀 해남의 첫 이미지는 “해남 물가가 높구나” 였다. 간혹, 서울 어머니께서 내려오셔서 해남의 시장과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신 후 반드시 하시는 말씀이 “이곳 물가가 왜 이렇게 비싸니?” 라는 거였다. 한번은 물건을 구매하시다 상인 분에게 물으셨단다. “해남 물가가 왜 이렇게 비쌉니까? 이곳에서 제일 많이 난다는 고구마 배추도 서울보다 비싸요.” 했더니, 그 상인은 “대한민국에서 해남 물가가 열 손가락 안에 든답니다”라고 했단다.
해남에서 태어나 해남에서 자란 해남토박이에게 해남의 물가에 대해 물어봤다. “비싸지 옆에 있는 강진보다도 훨씬 비싸. 나는 농기계 살 때 가까운 강진으로 가네. 사소한 것 하나도 해남이 비싸. 왜 그런지 모르겠어.”라고 답한다. 하기는 나도 그렇다. 해남에서 사소한 생필품을 한두 개 사기보다는 목포로 나간다. 일주일 또는 열흘치씩을 몰아 사온다. 그래도 기름 값은 빠지니까. 굳이 물건 종류도 많지 않은 해남에서 비싸네 싸네 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 또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는데….
얼마 전 막을 내린 축구대회의 선수단 중 20% 정도가 숙소를 강진, 장흥에 두었다고 한다. 이유는 해남의 높은 물가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해남우리신문에서 읽은 바 있다.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가는 절대적 가치와 상대적 가치를 같이 지닌다. 유가는 서울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사용량과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농촌에서 유가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에서 어떻게 대안을 내놓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필품과 기타 물가에 있어서는 생각이 다르다. 해남의 고물가는 해남 군민 생활의 발목을 잡는 주범일 뿐 군민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조금이라도 해남보다 물가가 낮은 가까운 목포, 강진으로 경제 생활권이 옮겨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남의 건강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해남의 고물가의 원인은 지역적 특성과 소비시장의 협소로 인한 복잡한 유통구조에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미 로컬푸드(Local food)운동을 관광상품화까지 실현한 일본 아오모리 현과 효고현의 지산지소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소량의 가공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농가를 위해 키친 인큐베이터(Kitchen Incubator)프로그램을 도입해 가공시설을 공동 이용하는 미국의 크린치-포웰 커뮤니티 키친 시스템 그리고 국내 로컬 푸드(Local food)운동의 모델인 원주의 새벽장터, 광명의 야채꾸러미운동의 사례를 연구 도입해 볼 것을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