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묵선생 유적지복원 수정필요
2010-02-28 해남우리신문
군은 33인 민족대표 중 유일하게 옥사를 한 옥천 영신출신 지강 양한묵 선생의 생가와 사당 등을 조성키 위해 현재 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 군청 상황실에서 열린 용역중간 보고회에서 밝힌 내용은 옥천 영신마을에 있는 생가 터를 초가집으로 복원하고 그가 공부했던 소심재와 덕촌사당을 독립운동 체험영역과 전시영역, 편의시설, 참배영역으로 구분해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예절과 실학사상, 천자문을 익힐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안이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위원들은 용역내용이 다른 지자체에 있는 사적 전시관과 차별화가 없고 체험내용도 이곳만의 독창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지강 선생과 관련된 유물이 풍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독창성이 떨어진 전시관 건물이나 체험내용은 또 하나의 시설만 지어놓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우려했다.
실지 생가를 복원한 초가집은 강진 영랑생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한옥 형태의 사당이나 전시관도 어느 지자체에서나 흔히 대하는 건물형태이다.
또한 체험거리도 예절과 천자문, 탁본하기, 그림 그리기 등 이곳만의 독특함이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용역내용은 모든 것을 용역회사에 의존하는 군의 용역형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볼 부분이다.
용역회사에 맡기는 용역은 자칫 다른 곳과 별반 차이 없는 붕어빵 용역결과가 나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강원도 양구리 농촌마을에 시설된 박수근미술관은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이곳 미술관은 화가 박수근의 미술세계와 그가 어릴 적 뛰어놀았던 공간과 동심 등을 담기 위해 여러 예술인들이 모여 수차례 논의를 진행했고 논의 결과를 가장 잘 반영한 설계를 최종 선정했다. 이 같은 결과에 의해 박수근 미술관은 가장 독창적인 건축물로 탄생했고 건물자체가 관광 상품으로 떠오르게 됐다.
지강 양한묵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다 옥사한 이다. 그의 사상과 그가 어릴 적 뛰어놀았고 그와 관련된 전설이 전하는 비둘기바위 등을 형상화 한 독특한 건축 양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가집과 한옥 건축물을 고집할 필요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지강선생을 형상화 한 동상 및 흉상도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그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는 작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철원 백마고지에 위치한 대마리 농촌마을에는 북으로 간 작가 이태준의 동상이 서 있다.
다시 남으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한 한 작가의 고뇌를 표현하기 위해 이 동상은 왼쪽 어깨가 잘려있다.
건축물과 동상에 한 인간의 사상과 자유의지가 담겨있을 때 그 자체만도 독자적인 관광상품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이다. 지역민이나 도시 관광객들은 각 지자체에서 여러 사적지와 체험거리를 만나게 된다. 그 같은 경쟁 속에서 양한묵 선생의 사적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잡고 전국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지강의 유물 외에 건축물과 체험거리에서도 그의 사상과 자유의식을 담아야 한다.(관련기사 6면)
박영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