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로 고통받은 전우들 ②청용부대 출신 김길선씨
2010-02-28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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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였던 김씨가 맡은 임무는 선발대로 주로 매복 임무였다. 자신이 어떻게 고엽제에 노출되었는지 본인도 모른다. 다만, 매복을 나가면저녁에 미군 헬기가 무엇인가를 이슬처럼 뿌리고 다녔다. 그것을 직접 맞은 사람은 이후 살아남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고 바람 따라 날아오는 그 무엇인가에 대부분이 노출됐다.
98년 9월 초 김씨는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광주 보훈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뇌동맥 수술을 했지만 몸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고엽제에 의한 피해임을 알게 됐다.
김씨는 상시적으로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속이 안 좋아 트림과 울렁거림이 동반되고, 목이 찢어질 듯한 통증을 호소한다.
신안리 조립식 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김씨는 최근 보훈병원으로 지정된 해남우리병원에 입원해 있다. 김씨의 부인 또한 해남병원에 입원해 10년 동안 투석을 받고 있다. 김씨의 아들과 간병인이 김씨와 부인 사이를 오가며 병간호를 하며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현재 얼굴과 입술, 입이 후끈거리고, 혈액순환이 안돼 어깨, 팔 등이 시리고, 밤에는 도통 잠들지 못하는 등 너무도“징글징글한 병을 앓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해남우리병원 조형준 재활의학과장은 고엽제는 일종의 제초제로 이것에 노출되면 당뇨, 고혈압,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고 말초신경계에 이상을 초래한다며 김씨는 현재 뇌출혈로 보행이 힘들고 일상생활도 힘든데, 이후 언어장애까지 수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엽제 환자들은 뇌졸중(뇌출혈, 뇌경색)과 같은 중증의 환자가 많은데 뇌졸중은 시간을 다투기 때문에 구급차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병원 백용선 기획실부실장은 고엽제 환자들은 재활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며 고질적인 병이라 치료에 오랜 시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매복 중 다리에 포탄 파편을 맞아 파병 1년 3개월 만에 사지를 나오게 되었다는 김씨는 그러나 고엽제라는 천형의 병을 얻어왔다.
한편 이 병원에는 또 다른 고엽제 환자인 이동준(67·송지 신전)씨가 입원해 있다.
논에서 일하다가도 비행기 소리만 나도 숨을 곳을 찾아다닌다는 이씨. 고엽제 전우회원들은 전쟁공포증이라고 일러준다. 이씨는 현재 사지가 마비돼 거동을 할 수 없고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중증의 환자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상태이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