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교직생활을 시작하며

2011-05-11     해남우리신문

처음이란 항상 설레고 기대가 된다. 또 동시에 걱정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나름의 고생 끝에 얻은 나의 첫 사회생활 시작, 그리고 첫 아이들.
아이들을 만나기 전 그 떨림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
아직 아기티를 벗지 못한 채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서 입학식을 치르고, 부모님의 손을 붙잡고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을 처음 보았을 때, 딱히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엄마 아빠보다 젊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호기심에 가득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나도 같이 벅찬 기분을 느꼈다.
궁금하고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학부모님들 앞에서 어찌나 목소리가 떨리던지, 막바지 겨울이었음에도 얼굴은 왜 그리 열이 오르던지, 준비한 말들은 많았는데 허둥대고 당황하던 그때 생각을 하다보면 지금도 아찔하다.
첫날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면서 이 아이들과 1년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또 나의 사회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었다. 약 두 달 동안 하루라도 소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비 오는 날 한 아이와 보건소에 간 적도 있었고, 친구들과 싸운 아이가 학교 밖으로 가출 아닌 가출을 한 적도 있었으며, 말 안 듣는 아이들을 혼내다가 내 스스로 화를 참을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항상 지루하지 않은 그런 스펙터클한 하루하루가 매일 펼쳐지고 있다.
배워본 적 없는 어렵기 만한 업무에 치이고 있지만 지금도 항상 첫날 그때처럼 내일이 기대된다.
시도 때도 없이 항상 나에게 말을 걸고, 선생님이 혼낼 땐 겁을 낼 줄도 알고, 머리 위로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어 사랑한다 말하고, 안아줄 때 팔을 벌려 꼭 안기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당장 때려 치고 싶다가도 우리 아이들 애교 한번에, 아이들의 귀여운 엉뚱함에 절로 웃음이 나곤 한다.
처음인 만큼 내 아이들에게 정말 후회 없는 1년을 선물해 주고 싶다.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 초보 교사이기에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 순수함, 관심, 열정 등 아이들보다 한참은 어른인 내가 이것만큼은 꼭 배워야할 점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북적대다보면 땀을 흘리게 되는 5월이 성큼 왔다. 하루하루 조용할 틈이 없는 사랑스런 1학년 아이들에게 나는 아이들과 친구 같았던 또 언니, 누나 같았던 그런 따뜻한 교사로 기억되고 싶다. 나 또한 우리 1학년 아이들이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함께 나눌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 아이들과 나의 1년이자, 동시에 처음 정말 많은 것을 함께 이루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아직 미숙할지라도 노력하면 점점 나도 교사다운 티가 제법 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어른다운 어른, 교사다운 교사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 1학년 귀염둥이들 정말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