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떠오르는 시 한 수
2011-05-17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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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어 다시 한 번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5월이 되면 “인생은 외국어이다. 모든 사람은 잘못 발음을 하니까.” 하는 크리스토퍼 몰레이(Christopher Morley)가 한 말을 떠올려 본다. 이는 외국어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서투르다는 의미이다.
금년 어린이날, 어버이날도 그저 그렇게 지나갔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 아들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할 도리를 못했음을 되돌아본다. 고향에서는 고향에서의 도리를, 직장에서는 직장에서의 처신을, 사회에서는 사회 일원으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살아야 할 터인데, 이러저러 살다가 정년이 되면 사회 한편으로 밀려나는 듯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처님 오신 날도 지나고 곧 스승의 날이 온다. 예의 자탄(自嘆)처럼 누구든 어린이날은 어린이를 위하여 무엇을 하였고, 어버이날은 어버이를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를 생각해 보면 늘 후회와 회한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린이날에 내가 한 일이라곤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이 뛰노라” 하는 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스승의 날이 다가오자 공자를 떠올리게 된다. 공자는 시서예악(詩書禮樂)을 교재로 가르쳤고 그의 제자는 대략 3천 명에 이르렀다. 공자는 4가지 항목으로 제자를 가르쳤는데, 그것은 문(文) 곧 전적(專籍)과 행(行) 곧 실천 그리고 충(忠)과 신(信)이었다.
공자는 “세 사람이 같이 가면 그 안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을 삼을 만한 사람이 있다(三人行必得我師·삼인행 필득아사).”고 말했다. 또 공자는 4가지 결점을 고치도록 하였는데, 억측 독단 고집 독존(절사(絶四),무의(母意), 무필(母必), 무고(母固), 무아(母我)가 그것이다.
공자처럼 위대한 사상을 전파하지 못했지만, 나는 오직 시와 비평으로 40년 교직 생활을 마쳤다. 이제 인생 60을 살아가며 시 3000수를 남기고, 시 속에 살아온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교직을 떠나면 시는 남고, 나의 제자들도 시 3000편 속에 투영된 나의 문행충신(文行忠信)과 사절(四絶)을 추구해온 교사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마음을 가다듬어 아이와 어른을 아우르게 하는, 제자와 스승을 이어주는,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게 하는 저 워즈워드의 시를 다시 읊어 본다.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설레나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지금 어른이 돼서도 그러하며/ 늙어서도 그러하기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에 대한 경외로 이어질 수 있기를.”
시를 가르치면서 학문도 외국어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교직에 몸담은 교직자로서 스승의 날을 맞이할 것이다.
다시 스스로 다짐해 보니, 올해 스승의 날엔 나를 길러준 많은 스승들 예컨대 공자, 예수, 석가, 칸트, 멀레이, 그리고 워즈워드 등 위대한 선배 교육자, 사상가, 시인들부터 공자가 “삼인행 필득아사”라 한 것처럼 이웃집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서도 배울 것은 배우고 모르는 것은 더욱 열심히 연구하여, 교직에 발을 붙이고 있는 한 교수로서 성실한 모습으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과 다짐 속에 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