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매고 걸어서 다녀온 수학여행

2011-05-31     해남우리신문

조지현(화산초 보건교사)


화산초 6학년 19명은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백제문화단지인 부여, 공주, 대전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계획하고 걸어서 떠나요” 취지로 떠난 수학여행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계획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수학여행인 만큼, 기대감도 컸지만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마지막 날엔 비 소식이 있다하니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출발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목포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논산에 도착하니 11시 30분. 부여를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까지 가는데, 초여름의 따가운 날씨와 등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학생들을 괴롭혔다.
부여에서 학생들이 메뉴를 골라 점심식사를 한 후, 백제문화단지에 도착하니 다른 학교의 수학여행 팀도 많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다른 점은 관광버스를 타고 오지 않아서 큰 배낭을 하나씩 어깨에 짊어졌다는 점과, 백제문화단지 입구까지 계속 걸어서 다녀야 하는 모습이 사뭇 달랐다.
문화단지를 들어서자 갑옷 복장을 하신 분이 우리 일행을 유심히 보더니 말을 걸었다. 다른 수학여행 팀들과 달라 좋아 보인단다.
그분은 뮤지컬 “서동요”를 관람한 후 백제 문화단지와 백제의 역사배경 등을 자세히 안내해 주셨다.
더운 날씨에 갑옷을 입고 설명해 주시는 그분의 배려에 절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백제문화단지를 보고 숙박 장소인 부여청소년수련원까지 걸어서 이동, 고단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한 후 부소산성에 올랐다. 오르는 길은 산책길로 그만이었지만 3천 궁녀가 빠졌다는 낙화암에서는 숙연한 마음으로 그날의 느낌도 되새겨 보았다.
고란사 선착장에서 황토 돛배를 타고 구드래 나루터로 향하면서 한 학생이“비행기만 타지 않고 모든 것 다 타보네.”라고 하니, 다른 학생은 “이번 여행에서는 걷고, 대중교통인 기차, 버스, 택시, 고속버스, 시외버스, 배까지 탑승하는 종합시스템이다”라는 말을 했다.
아이들의 비행기 체험은 다음날 있을 꿈돌이랜드에서 놀이기구 타는 걸로 대체하기로 했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공주로 향하는 시외버스를 탔다. 공주박물관을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는데, 버스 기사님의 훈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낭을 메고 수학여행을 다니는 우리 학생들의 고단함이 마음에 쓰였는지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에게 양해를 구한 후 노선을 잠깐 돌아 국립공주박물관 앞에 내려 주셨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감사의 인사를 여러 번 했다.
국립공주박물관을 보고 무령왕릉에 도착하니 학생들은 녹초가 되었다.
많이 지친 아이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는지, 무령왕릉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터미널로 가는 빠른 길을 우리들과 함께 10여분 정도 걸어와서 안내해 주었다. 고마운 분들의 마음이 있어  든든해졌다.
힘든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모두 둘러앉아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뜨거운 날씨 아래 많이 걷는 하루여서인지 아이들의 투덜거림과 짜증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한층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유경호 학생은 “목적이 있는 여행이어서 걸을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인내심을 배워서 좋았다”라는 말을 했으며, 다른 친구들도 “힘들었지만 나중에 좋은 추억으로 생각 날 것 같다”며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은 평소 일정보다 늦은 기상을 하였는데, 비소식이 있어서 아침부터 하늘이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기다리던 꿈돌이랜드를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가슴 졸이는 모습이었다.
대전국립중앙과학관에서 우주비행사 체험도 하고, 다양한 과학적인 요소를 체험한 후, 꿈돌이랜드에 갔다.
갑작스런 소나기가 있었지만 갠 날씨 속에서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대전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 도중에 비를 맞으며 걷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국토 대장정하는 아이들 모습처럼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버스정거장에서는 시민의 도움으로 빠른 노선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역에서 KTX 기차를 기다리며 부모님에게 줄 선물을 사는 즐거운 모습에서는 피곤함을 찾을 수 없어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다시 가자며 아우성이었다.
수학여행 중에 뜨거운 날씨, 비오는 날씨, 많이 걸어 발바닥이 아픈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여행의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길을 친절히 가르쳐주시는 시민, 학생들의 지친 어깨를 덜어주기 위해 코스를 변경해 가까운 곳에 내려주신 버스기사님, 백제문화단지에서 안내를 자청하신 사비장군님 등.
유경호 학생의 말처럼 이번 여행에서는 인내심을 체득했고, 친구를 기다리고 버스를 기다리는 기다림을 배웠으며, 다른 사람에게 배려하는 시민의 모습을 보면서 배려하는 감사함을 느꼈다.
이번 수학여행은 우리 학생들이,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데는 다양한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친구들과 협력하는 생활태도를 길러주며,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학생들을 보면서 기획했던 의도보다도 아이들은 더 많이 성장하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수학여행동안 목적지가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걸었던 것처럼, 앞으로 인생에서도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되새기면서 묵묵히 향해 걷는 미래의 화산 친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