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만들어준 다리를 건너며

2011-06-07     해남우리신문

10개월이 된 아이들을 놓고 실험을 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처받지 않고 환경에 의해 적응되기 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입니다, 언덕 위를 오르려고 애쓰는 동그라미를 세모가 밀어주는 것과 오르려고 하는 세모를 밀어내는 네모가 있습니다. 실험 후 아이들에게 밀어낸 도형과 도와준 도형을 놓고 고르라고 하니 모두 도와준 도형을 골랐습니다, 도형 색과 모양을 달리해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어떤 행동이 좋은 것인지 알고 서로 돕는 행동에 마음이 가기 마련인가 봅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아무 득이 없는데도 누군가를 도와주고 누군가 어려움에 빠지면 손잡을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주려고 하는 선한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마음을 써주지 않아도 서운할 것이 하나 없는 사람인데 제가 살아가도록 사람을 연결해주고 마음을 나누어 줍니다.
삶은 예측하기 어려운 게임 같은 것이라 지금의 내가 누리는 것들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수시로 닥치는 어떤 커다란 난관 앞에서 막막해지고 다시 시작해야하는 새로운 세상을 건너갈 자신이 없어 막막해질 때가 많습니다.
두려움이 앞서고 이제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위축되어 본래 가지고 있던 자신감은 간 데 없고 소심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누군가는 저 쪽으로 갈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 제게 다가옵니다. 제가 간신히 낸 미약한 용기로 이쪽에서도 손을 뻗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됩니다. 저는 그 다리를 건너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불안을 떨치고 그 다리를 건너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하며 낯선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람을 알아가는 기쁨을 체험하고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고 결론을 냅니다.
세상에 사람만한 재산이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아는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알고 한 다리씩 건너다보면 인디라의 그물망처럼 얽혀져 내게도 이어져 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다리가 되어준다는 것은 마음을 터치해주는 작은 것부터 시작함을 깨닫습니다.
가족 하나 없이 바람 부는 광야에 홀로 서있는 청소년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하나, 늘 “넌 문제야”라는 말만 듣고 세상을 막 살려고 하는 청소년에게 “괜찮아”라는 격려의 말을 건넵니다. 그 작은 마음 하나로 부족한 저와 만나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아이들. 나누는 말 한 마디가 그들과 제게 동시에 다리가 됨을 깨닫습니다.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누군가 앞으로 가려하면 못 가게 발목을 잡아끄는 20%와 아무상관도 안하는 방관자 60%, 자신에게 이득이 없는데도 누군가를 잡아 끌어주려는 20%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 끌어주는 20% 다리가 되어주는 사람이 되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