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을 문학의 고향으로 만들자

2010-02-28     해남우리신문
해남의 관광 정책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은 땅끝이다. 여기에 우리 국민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1위로 땅끝을 선정했다는 말도 수식어처럼 붙어다닌다. 그러나 막상 휴가의 대상지에서는 한참을 뒤로 밀려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여기서 꼭 한 번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땅끝이라는 말에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아스라함이 있다. 김지하 시인의 말처럼 “더는 갈 곳 없는 땅끝에 서서 / 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라는 이미지가 더 앞서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뇌리에 든 땅끝은 활기차기보다는 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땅끝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구축된 추상적인 이미지이다. 실상 땅끝에 가면 무엇을 볼 수 있지? 무엇을 경험할 수 있지? 하는 물음에 해남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답할까. 해남은 전통적으로 문학사에 획을 그을 만한 걸출한 시인들을 배출해 낸 고장이다. 멀리는 윤선도로부터 김남주, 고정희 그리고 생존해 있는 김준태, 황지우 시인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에 거론되는 시인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황석영과 김지하를 포함해 해남을 거쳐간 문인들과 문화인력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리고 매년 해남행을 꿈꾸고 있는 문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역에 따라 특산품이 있듯이 문화 또한 특구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흡인력이 이들의 발길을 해남으로 끌어들이고 있는지는 몰라도 이들에게 해남은 매력적인 고장인 것만은 사실이다.
향후 해남이 문학의 성지로 떠오를 수도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 다행히 연동에 땅끝순례문학관이 들어선다고 한다. 땅끝순례문학관에는 문인들을 위한 창작실도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학관 내의 창작실을 본부로 경관이 좋은 곳이나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조용한 곳에 제2, 제3의 창작실을 만들고, 내려온 문인들을 후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글 쓰는 사람들 입에서 “너는 글쓰는 사람이 해남에도 다녀오지 않았냐”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다시 피드백이 되어 해남의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현대는 보는 관광이 아니다. 느끼고 소통하는 관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