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고엽제환자 300여명
2010-03-01 해남우리신문
|
베트남 정글에 눈꽃이 피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 눈꽃이 정글을 죽이고 사람까지 죽이고 있다. 바로 미군이 군작전상 뿌린 고엽제로, 4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참전 군인들이 있다.
한국은 1965~75년까지 10년 동안 베트남에 군인을 파병해왔다. 해남에만 고엽제 의증 환자들이 300여명이다. 고엽제 환자들이 갖고 있는 병의 종류도 다양해서 36종에 이른다. 고엽제 환자들은 당뇨, 고혈압, 심혈관 등의 복합적인 질병을 평균 3개 이상 앓고 있는데,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또한 고엽제에 의해 발생한 질병은 특별한 치료약이 없어 한 달에 먹어야 하는 약이 한보따리이다.
겉은 멀쩡한데,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신은 피폐되어 심한 노동을 못하기 때문에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가정에서도 소외받고 있는 실정이다.또한 고엽제 피해는 당대에서 그치지 않는다. 화산의 박모씨의 경우 아들이 피부가 새까맣고 울긋불긋한 반점까지 있어 취직은 물론 결혼도 못하고 있는데 고엽제는 이렇게 평생 후손에게까지 업보로 남는다. 그동안 그들은 고엽제 환자라는 소리도 못하고 살아야 했다. 고엽제 환자라고 하면 자식들의 혼삿길마저 막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안영철(고엽제전우회사무국장)씨는 허혈성심혈질환으로 다리의 동맥을 가슴 쪽에 이식을 했다며,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여도 속은 모두 썩은 상태라고 말했다.
명욱재(전군의원)씨는 국가를 위해 참전했는데, 돈 벌러 갔다오지 않았느냐는 말이 제일 가슴이 아프단다. 이런 상황이면 누가 국가를 위해 충성을 하겠느냐며, 이제는 사회의 시각이 달라져야 함을 강조했다.
고엽제전우회원들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젊은 날 몸 바쳐 싸웠던 전적지를 죽기 전에 한 번 다녀오는 것과 구급차량의 지원이다. 전종윤(조직부장)씨는 바로 옆 강진군의 경우 고엽제 환자들은 구급차량도 지원 받았고, 베트남에도 다녀온 실정이라고 부러워했다.
고엽제 환자들에게는 특별한 약이 없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중증의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산업화의 그늘에 묻혔던 그들의 삶에 따뜻한 빛을 줄 때이다.
고엽제란 정글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는 베트공들의 은신처를 없앨 목적으로 뿌려진 일종의 제초제이다. 미군은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통보도 없이 헬기로 고엽제를 살포했고 당시 군인들은 미국은 돈이 많은 나라라 더위에 지친 군인들을 위해 시원하게 물을 뿌려준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 한국 정부는 베트남 파병을 구실로 미국으로부터 저리의 차관을 끌어왔다. 국토의 대동맥이 된 경부고속도로는 베트남 파병 군인들의 피로 건설됐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