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고정희 청소년 백일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작
2011-07-26 해남우리신문
|
할머니의 똥
박윤정(해남고등학교 3년)
새벽안개 온 몸에 두르고
근엄하고도 자비로운 부처의 모습으로
토방에서 가부좌를 트신 할머니
푸른 정적을 깨고 내가 다가가면
내 이년 굶겨죽여라 밥 줘 이년아 하신다
벌써부터 몸빼바지 가득 핀 꽃밭에
물든 얼룩
철없는 노여움에 못 이겨 들썩이는
궁둥이가 애처롭다
우리 할무니 또 똥 쌌어?
누렁소 뿔처럼 길길이 날뛰는
할머니 오른손에
조그만 밤양갱 하나 쥐어드리고
헐렁한 몸빼바지를 벗겨드린다
팔십평생 아궁이며 뒤란에서 삭이던
속 때문일까
훅하고 코를 찌르는 냄새
개똥은 묵어도 내 똥은 못 묵을 것이다
엥간히 속창시가 썩어 문드러졌어야제
끈질기게 달라붙던 똥파리 같은 고난들에
어머니의 이름으로 손 내저으시지
못하셨다던
지금은 마알간 햇살을 쥐려고 아장아장
걸음마 떼시는 할머니
당신 손녀도 모른 채 수많은 물음표 고인
눈으로 나를 보시는 할머니
당신을 그리며 마당에 늘어선
장독들 주둥이에 소금기 어린 기다림
희디 흰 설태처럼 낀 것 아실까
인고의 세월을 돌고 온 나이테
다 쪼그라들어
그대로 옹이 박힌 할머니 손에서
빚어지던 정들
다시 돌려 받으시려고 포대기로
들어가신 할머니
이제 똥간으로 떨어지는 똥덩어리 같은
세상 아픔 근심 다 떨궈내시고
내일부터 매일 황금똥을 누실 우리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