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이여 과거 술을 보고 싶으면… 황토그린 민박집 조철환씨

2010-03-03     해남우리신문

애주가들이여 과거에 마셨던 술을 기억해 내고 싶다면 이곳에 가라. 금복주, 이몽룡 등 옛 추억 속에서나 있을 법한 술병들이 고스란히 모여 있는 술 전시관.
삼산면 신기리 황토그린 민박집 술 전시관에는 600여종에 이른 각종 술병들이 전시돼 있다. 양주에서부터 소주, 과일주, 선물용으로 판매된 술, 북한산, 중국산 술병까지 술병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술병들의 잔치다.
보고만 있어도 취할 정도인 각종 술병, 한때 고급 술 시장을 지배했던 나폴레옹과 캡틴 큐도 눈에 띄고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했던 보배도 한라산도 정겹기 그지없다.
술의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고 술병에 담긴 시대상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술 전시관, 영웅을 그리워했던 시대에는 영웅들의 이름이 담긴 술병이 유행했고 통일이 화두였던 시대에는 북한산 술이 풍미했으며 지금처럼 웰빙을 추구하는 시대에는 각지역 특산물로 만든 과일주가 유행하듯 시대상을 담은 술병 알기도 재미있는 술 공부다.
“아 옛날에 내가 저 술을 마셨지”라는 웃음도 짓게 하는 술 전시관은 이 집 주인인 조철환(62)씨의 작품이다. 20년 전부터 술병을 모으기 시작한 조씨는 자신의 집 2층에 작은 술병 전시관을 꾸며놓았다. 전시관에는 양주와 소주, 칵테일 등 분야별로 각각 나눠 술병을 전시해 놓았고 관람자가 원한다면 조씨의 술병 설명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운이 좋다면 귀한 술도 딱 한 잔 마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관광을 가도 시내 쇼핑을 가도 제일 먼저 주류코너를 들른 조씨. 조씨의 술병 중독에 주변의 친구들까지도 해외관광을 다녀오면 반드시 술병을 들고 온단다.
언제나 술병과 함께 사는 조씨, 술병만 보아도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다는 조씨는 무엇이든 모으는 취미가 있다. 동전도 공중전화 카드도 종이돈도 술잔도 모아 술 전시관 한 켠에 전시하고 있고 황토민박집에는 300여개에 이른 각종 깡통도 전시해 놓고 있다. 일명 깡통 전시관에는 캔 음료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시대적으로 캔 음료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술 박물관은 민박과 겸하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싣는다며 너도나도 조씨의 전시물을 촬영하기에 바쁘단다. 술병 모으기 재미에 빠져버린 조씨의 목표는 1000개까지 술병을 모으는 것이다.
박영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