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농민을 아프게 할 텐가
2011-08-12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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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물 폭탄은 중부지역의 시설재배단지를 초토화시켜 농민의 가슴을 송두리째 할퀴고 지나갔다. 게다가 이번에는 태풍 무이파가 우리 해남을 포함한 서남해안과 서해안을 초토화시켰다.
한쪽에서는 수마와 태풍에 농민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을 때 전북 부안의 대파 농가들도 출하를 포기하고 대파 밭을 갈아엎고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대파 1kg 경락가격이 껌 한통 값도 안 되는 200~700원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늘 산지에서는 가격이 전년대비 10%가 떨어졌을 뿐 아니라 중국산 마늘의 수입 정책으로 산지 마늘거래가 실종돼 집집마다 마늘이 쌓여가고 있다.
중국산 햇마늘은 7월 한 달 동안 민간업체를 통해 무려 4400t가량 수입됐다. 여기에다 8월에는 aT(농수산물 유통공사)가 의무수입물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2010년산 중국산 마늘 4500t을 방출할 계획이며, 추가로 5000t에 달하는 중국산 햇마늘을 의무수입물량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지난겨울 이상 한파 등으로 배추 값이 오르자 2~3월 중국 저장성에서 배추 1200t을 수입해 4월 말 배추 값 폭락을 일으켰다. 농가들은 수확을 포기하고 배추밭을 갈아엎었다. 그러한 정부가 또다시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배추 값 상승을 우려해 중국에서의 배추 수입을 위해 현지 조사까지 마쳤다 한다.
한쪽에서는 수해와 태풍으로 인해 생계의 터전을 모두 잃고 신음하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가격폭락으로 밭을 갈아엎고 있다. 그나마 가격이 괜찮다 싶으면 정부의 수입정책으로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농산물 생산을 우리 농가들은 생계의 수단으로 붙잡고 있다.
최근 급격한 기상변화로 인해 농산물의 일시적 과부족이 상시화 되면서 물가논란이 거세다. 마치 농산물 가격이 소비자물가를 인상시키는 주범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 홍보매체조차 소비자 물가의 상승원인을 채소 과실 등 농산물 가격상승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배추 수입 적극검토와 배추. 무. 바나나. 파인애플 등 4개 품목에 대해 9월 말까지 수입관세를 철폐한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농산물 가격의 파동은 모두 공급에서 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해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최상의 농산물 물가대책은 안정된 국내 농산물 생산기반을 유지해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산지의 가격폭락에 대해서는 가격지지 정책 등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도 약간의 공급부족으로 조금만 농산물가격이 오르면 수입이라는 무소불위의 칼을 휘둘러 다시금 산지 가격을 폭락시켜 농촌의 생산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악행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농산물 생산기반을 뿌리째 흔들어 놓으면 그 다음은 어찌 하자는 것인가? 모든 우리 농산물을 수입농산물로 대체할 것인가?
지금 공급 부족에 따른 에그플레이션(농산물가격급등이 일반물가의 동반상승을 초래하는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믿을 수 있는 건 자국의 안정된 농산물 생산기반밖에는 없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식량안보를 외치며 농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이다. 지금은 170여만ha의 농경지에 농사를 지어 4900만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상처입고 신음하는 농민에게 희망과 격려를 보내고 닥쳐온 식량안보를 위해 대대적인 농업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