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로 고통받은 전우들 ①맹호부대 출신 박재출씨
2010-03-03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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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후유의증을 앓고 있는 박재출(70·읍 고도리)씨. 그는 전신 마비가 진행된 상태라 거동도 의사소통도 할 수 없다.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부인은 아픈 남편을 남겨둔 채 일을 나간다. 기저귀를 찬 박씨는 거실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무료한 하루를 보낸다.
박씨는 맹호부대 28연대 소속으로 베트남 퀴논지역에 투입돼 전투를 했다. 고지 사수 작전에 투입됐던 박씨는 미군이 철수하던 무렵이라 월맹군에 의해 포위가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12명의 자살 특공대의 희생에 의해 전투는 승리로 끝이 났고 박씨는 살아남았다.박씨는 월남 참전 이후 결혼을 했다. 그런데 해남교통에 근무하던 신혼 때부터 잔병치레가 심했다. 집안대대로 기골이 장대하고 건강한데 박씨만이 유독 자주 식은땀을 흘리고 몸 한쪽에 피부병이 돋았다. 처음엔 그저 몸이 허약체질이라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나 자꾸 쇠약해지는 박씨를 보고 주위에서 보훈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59세 되던 11년 전 그는 병원에 갔고 고엽제후유의증이라는 확진을 받았다. 박씨는 그 충격으로 해남교통을 그만두고 모 식품회사 버스를 운전하게 된다.
부인은 자꾸 옷에다 소변을 저리는 남편이 귀찮기도 하지만 본인이 더 힘들어할 것이라며 남편을 위로한다.
고엽제 후유증은 젊은 시절에는 서서히 진행되다 노화와 더불어 급격히 악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국가에서는 고엽제피해자에 대해 고엽제후유증과 고엽제후유의증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고엽제후유증은 육안으로 신체가 훼손된 게 확실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등급이고, 고엽제후유의증환자는 겉은 멀쩡하지만 고엽제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한 사람에게 내려지는 등급이다.
또 후유의증은 등외, 경도, 중증도, 고도라는 4개의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박씨는 고도 단계에 있다.
박씨는 지금도 한 달에 두세 번 경기를 일으킨다. 그럴 때면 병원으로 급히 옮기는 방법 외에는 달리 손을 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