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의궤 특별전 관람기-문화민족이라는 자부심 커-윤욱하(재경향우)

2011-08-26     해남우리신문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145년만의 귀환-외규장각의궤 특별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병인양요(1866)때 프랑스군이 약탈해 갔던 강화도 외규장각의궤 189종 340여 책 중 일부다.
프랑스는 약탈의궤를 지난봄에 5년 단위 임대형식으로 국내에 반환했고 이를 기념해 2개월 (7.19~9.18)동안 특별전시중이다
의궤란 도감(의식 및 행사 집행을 위한 임시기구)에서 왕실의 의식 및 행사를 개최한 후 그간의 준비 실행 마무리까지의 전 과정을 보고서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의궤는 어람용(왕실보관)과 분상용(일반보관)으로 구분하며 전시중인 의궤는 어람용으로 대단히 호화스럽다. 어람용의궤의 기록 내용은 분상과 동일하나 종이와 표지의 재질, 장정방법, 서재와 그림의 수준이 월등히 뛰어나다.
또 글자의 크기, 간격, 편집의 차이 등으로 분량이 많고 고리모양의 손잡이가 있다. 의궤를 첫 대면하는 느낌은 한 마디로 우리는 문화민족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다.
글씨는 필사본인지 인쇄본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그림은 칼라사진처럼 선명하다. 전시장 중간쯤에서 만나는 “만약 이 제도를 의궤로 기록해 둔다면 지금은 물론 후세대가 모두 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명종실록1년 4월8일)”라는 오백여년 전의 경구 앞에서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특히 한석봉의 친필을 보노라면, 밤에 불을 끄고 어머니와 내기 하면서 쓴 글인지 까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릴적 많이 들었던 이야기 탓인지 묘한 연민이 일었다. 대형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문무백관을 거느린 임금의 행차도는 의궤의 진수라고 말할 수 있다. 죽은 사람(그림)이 산 사람(영상)이 되어 춤추고 절하며 환호하는 모습은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또 사도세자와 혜빈홍씨의 장남 위소세손(1751~1752)의 장례과정이 담겨 있는 “위소세손예장도감의궤”는 희귀본의궤로 평가받는다.
이런 저런 감탄과 생각에 묻혀 관람객에 떠밀리다보면 대형 흑백사진과 마주친다.
그리고 사진 하단의 프랑스 해군 쥐베르의 독백에서는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곳에서 감탄하면서 보는 수밖에 없고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어디든지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