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서로 정을 나누자
2011-09-09 해남우리신문
도심의 번잡함에 밀려서 가는 건지 아니면 고향의 추억에 끌려서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향은 포근함의 대명사이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유년의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과도 같다.
그러나 고향의 현실은 머릿속 상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친구와 함께 물장구치던, 들판을 구불구불 느릿하게 흘러가던 실개천은 어디에도 없다.
농촌도 도시 못지 않게 속도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장마 이후 8월 한 달을 거의 매일 비가 내리다시피 했고, 두 차례의 태풍이 들판을 휩쓸고 지나갔다.
도시보다 더 하늘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농촌은 닥쳐오는 자연현상을 피하지도 못하고 온몸으로 감내해야만 한다.
올 여름농사는 거의 대부분이 흉작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양념작물인 고추에 이어 참깨값 또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때 이른 추석도 한몫 거들었겠지만 유독 잦아진 비와 태풍이 주요인이었다.
태풍의 상처는 거의 지워진 상태다. 그 곳에 가을 작물이 다시 파랗게 색을 채워가고 있다.
고향은 그렇게 상처를 안으로 삭이고 찾아오는 이의 상처까지 보듬어 반길 것이다. 그렇게 도심에서 입은 상처를 달래려 고향의 뒷산에는 보름달이 덩그렇게 떠오를 것이다.
아직 가을이라 하기엔 한낮의 햇볕이 따갑다. 감도 밤도 아직 여물어지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바리바리 고향의 정을 싸가기에는 올 추석은 너무 이르다.
세월의 연흔으로 켜켜이 쌓여 변해버린 고향의 모습도 하나씩 들춰내면 혹 유년의 추억 하나쯤은 어딘가에 숨어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흔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한다. 오곡이 익어가니 그만큼 인심도 넉넉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은 부족한 추석일지라도 나머지는 가족과 친구와 나눈 정으로 채우자. 서로 따뜻하게 손이라도 잡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