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

2011-11-23     해남우리신문
해남군농민회가 군청 앞에 농성 천막을 설치하면서 해남에서도 공공비축미 거부 투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농민회를 비롯한 쌀전업농회, 경영자회 등 농민단체에서는 최저 생산비를 보장하는 40kg당 6만원선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농협과 이장단을 압박해 우선지급금으로 5만4000원에 매입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민단체가 요구하고 있는 6만원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시장에 유통되는 실물 가격을 반영한 액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농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조작 때문이다. 올 농사는 흉작을 기록해 쌀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2009년~2010년산 공공비축미를 방출해 쌀값의 오름세를 조기에 차단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에 농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공공비축미로 쌀값을 떨어뜨린 뒤 그 가격이 시장가격이라고 2011년산 공공비축미를 사들이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공공비축미는 국가의 재난이나 위급한 상황으로부터 식량 안보를 위해 보관하는 식량이다. 물가 조절용으로나 쓰일 쌀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의 이와 같은 정책은 한미FTA에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 농산물 시장을 내주고 공산물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농업이 산업의 근본이었던 조선시대를 논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식량 자주권을 얘기하는 것이다. 머지 않은 장래에 식량으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고식직계의 정책으로만 일관할 것인가.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근본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 농산물이란 풍흉작이 날씨와도 연관이 있지만 인위적인 면도 배제할 수 없다. 매년 밭작물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한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각 지자체별로 특화작목을 선정해 과잉생산이 되지 않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현재와 같은 정책으로는 농민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 물가를 잡겠다고 농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2중곡가제를 실시한 바 있다. 기초농산물에 대한 국가수매제를 실시해 농민들이 영농에만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시켜줘야 한다.
농민들의 분노한 목소리가 잦아들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길거리에 나선 그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