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왕 대상작

2011-11-29     해남우리신문

이정아
해남읍 수성리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


나의 주식은 현미밥과 채소반찬이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 때문이다. 채식은 작년 봄부터, 현미밥 먹기는 그해 여름부터 시작했다. 현미는 씨눈이 살아 있는 씨앗이라 그런지 먹을수록 점점 더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싱싱한 채소는 몸과 마음을 맑게 한다.
채식에 관심을 갖고 실천법을 고민하던 중에 이웃 블로거로부터 ‘연두농장’이라는 곳을 소개받았다. 평소 나와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느끼던 그였기에 주저 없이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도시 외곽에 있는 유기농 공동체’ 그리고 변현단이라는 이름이 들어온다. 연두농장의 대표다. 가장 최근에 쓴 책이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란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안 그래도 산과 들에서 나는 풀들 중에 어떤 풀을 먹을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길로 서점에 달려가 책을 손에 넣었다.
책 속의 잡초를 찾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집 바로 뒤에 있는 ‘닭의 장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며 가며 보았을 법도 한데 처음 보는 것 같다. 나의 무심함이 실감난다. 파란 머리를 들고 수줍게 피어있는 꽃을 먹을 수 있다니! 어려보이는 이파리들을 하나 둘 떼어냈다. 꽃송이도 몇 개 따고 말이다. 맛을 보면 질길 것 같다. 곧장 집으로 돌아와 소금물에 데쳤다.
그리고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하여 맛을 보니, 느낌이 오묘하다.
명아주, 질경이, 비름나물을 한데 넣고 된장찌개를 끓였다. 항상 두부와 감자뿐인 찌개에 푸른 잎채소가 들어있으니 색다른 느낌이다. 나는 ‘잡초도 먹는 것이다’라는 마음을 가졌으니 별 거부감이 없지만 동생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한 번 먹어보라고 권했더니 의외로 거부감이 없다.
사람들은 흔히 쓸데없는 것을 잡초에 비유한다. 잡초는 이러한 선입견으로 인해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이유를 가진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이는 풀도 고유의 사명감을 지니고 태어난다.
도시는 갈수록 삭막해진다. 이제는 많은 일들을 기계로 처리한다. 사람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를 무가치하다고 느끼며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는 데 너무 많은 부분들을 기계에 내어줘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돈으로 먹을 것을 사고, 돈으로 옷을 사고, 돈으로 집을 산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고 있다. 때문에 돈은 반드시 있어야만 하고 돈이 없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따라서 사람이 하는 일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었으며 그 밖의 일은 쓸모없는 일이 됐다.
스물다섯, 농부를 꿈꾸는 나는 미래를 그려본다. 내가 택한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다.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먹을 것을 가꾼다. 꽃과 나무를 심고 호밀과 국화를 함께 심는다. 곁에 더불어 자라나는 잡초들은 훌륭한 먹거리가 된다. 약이고 생명이고 음식이다. 잡초를 뽑지 않으니 자연스레 일거리가 줄어든다. 농약과 화학비료도 치지 않는다. 비닐 역시 마찬가지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농법으로 나는 그저 조금 도울 뿐이다. 피어나는 꽃들은 차로 만든다. 나를 찾아온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며 그 맛을 음미한다. 몇 송이를 꺾어 돌아가시는 길에 선물하기도 한다.
인간은 자연이다. 자연은 순환한다. 돌고 도는 공존과 상생이 조화롭게 이어진다. 이것이 이 땅에 태어난 것들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