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농장이라고 왔는데… 너무 춥다 배가 고프다

2011-11-29     해남우리신문

해남서 첫 발생한 외국 근로자 인권문제
농장주도 억울하다고 말한다

지역사회단체들은 다문화시대 소통창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방이 차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13일을 보냈다. 방 한편엔 스티로폼 박스가 놓여있다. 며칠 전 송지 파프리카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청년이 자신의 밥을 아껴 담아온 박스다.
13일째 쌀이 없어 밥을 해먹지 못했다. 차가운 방 윗목에 컵라면 봉지 몇 개, 그들의 처지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벽에는 고향에서 찍었을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이 걸려있어 한국의 상황과 대조가 된다.
북평면 오산리에 위치한 천사농장, 이 농장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온 25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나이는 21세에서 38세까지, 그 중에는 아이 엄마들도 있다. 지난 21일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지원한 통역을 동반하고 해남군청 관계자와 민노당 이정확 의원과 함께 천사농장 안에 있는 베트남·캄보디아인 숙소를 찾았다.
13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잔뜩 움츠린 채 우리를 맞이했다. 서둘러 숙소로 우리를 안내했지만 난방이 끊긴 방바닥은 차가웠고 전기마저 단전 돼 전등도 켤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근로자들은 천사농장 사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전기를 끊어버렸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왔다는 30대 기혼 여성은 한국에 오면 힘들게 일해야 된다는 것은 알고 왔다고 했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가 자기사업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에 독한 맘먹고 아이를 떼어놓고 한국에 왔다고 했다.
이들 13명은 농장측으로부터 정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했다. 일을 시키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싶지만 3년 계약이라는 틀에 묶여 갈 수도 없다며 해남지역 사회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천사농장은 북평면 오산리에 있는 농장으로 4만5000평의 논 100여동의 하우스에 상추와 시금치를 재배해 전량 E마트에 납품하고 있는 농장이다. 낙동강 주변에 있던 농장이었는데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지난해 북평면으로 이전해 왔다.  
이 농장은 전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 전국의 농장들이 그렇듯 값싼 노동력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난 4월 천사농장과 3년 계약으로 한국에 왔다.
외국인 노동자와 지역 고용주와의 갈등, 해남에서 처음 비롯된 이 같은 갈등에 대해 농장측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농장측과의 갈등은 하루 근무시간에서 시작됐다. 근로자들은 지난 5월 하루 8시간 외의 근무에 대해 시간외 수당을 요구했고 천사농장 측은 농업 특성상 근무시간이 10시간이고 이는 근로자들과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노동부로부터 계약이 타당하다는 답변도 받았다고 했다. 농장측은 문제가 있는 2명 외에 정직시킨 바 없고 이들이 일방적으로 근무지를 이탈, 집단행동을 부추겨왔다고 강조했다. 숙소 전기 단전도 다른 방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는데도 거부했고 숙소를 폐쇄한 채 관리자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농장측은 근로자들의 숙소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해남에서 처음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와 농장주와의 갈등에 대해 해남군은 중재에 나섰다. 군은 계약서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문화적 차이, 소통의 부재가 이 같은 일을 발생시킨 것 같다며 오는 25일 농장을 방문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현장을 동행한 민노당 이정확 의원은 아무리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요 인권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의사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며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소통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