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기행시 - 남상학
2011-12-13 해남우리신문
이제는 마음을 놓아야지
한 치도 더 나아갈 수 없는
지구의 끝
얼마나 숨 가쁘게 달려왔는지
구두 끝에 매어 달린 먼지를 털어내고
이제는 수평선 뒤로 숨어야지
돌아보면 잠시 잠깐
떡갈나무 잎에 스치는
바람 한 점 무게도 못 되는 것
가벼운 흔적으로 남았다가
이내 스러지는 한 줄기 포말
떠오르는 얼굴과 이름들
모든 것 일체를 물결에 띄우고
구름을 탄 듯 가볍게
미련의 닻줄을 풀고
자유의 물살 가르며
어디론가 떠나야지
멀리 하늘과 맞닿은 자리
그 끝으로 이어지는
몇 개의 섬을 건너
부르는 손짓 따라
영혼의 고향으로 가고 싶어
편히 쉴 나라로 가고 싶어
부푼 기대와 갈망으로
경건히 두 손 모으고,
마음으로 내닫는 영원의 바다로
설레이는 출발을 준비한다
남상학(南相鶴) 시인. 1940년 충남 서산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博友社’ 신인평론 당선. 전 숭의여자 중,고등학교 교장. 왕십리교회 장로. 시집 ‘가장 낮은 목소리로’, ‘그리움 불꽃이 되어’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