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기행시 - 황동규
2011-12-20 해남우리신문
이즘처럼 시간이 몸을 조여오고
밤에도 계속 전화벨이 울릴 때는
꿈꾸는 자들이 아는 그곳으로
나는 가야겠다.
꿈과 길의 끝 해남군 토말 같은 곳
겨울날 동백 채 피기 전
아무도 없는 전망대에 올라
시간 벗은 다도해와
혼자 볼 때는 천더기 같은 갈매기들이
어울리는 곳.
바람에 안긴 성긴 비자나무들이
마음대로 소리내며
바람과 지겹게 입맞추는 곳.
황동규(黃東奎) 시인. 1938년 평안남도 평원 출생. 소설가 황순원의 아들. 서울대 영문과 졸업. 서울대 인문대 교수 역임.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즐거운 편지’ 등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떤 개인 날>, <비가> 등 다수. 2006년 제10회 만해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