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그리고 함께
2012-01-03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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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홀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홀로 죽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관계 안에서 태어나며 죽습니다. 부모의 자녀로서, 형제 자매로서, 사회나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태어납니다.
우리의 겉모습이 다르듯이 우리의 마음이나 생각, 재능 등이 다 다릅니다. 다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손가락의 무늬까지도 수십억의 사람들이 다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생각이나 재능 역시 다르다는 것은 간과하기 쉽습니다.
다름은 생명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우리 각자는 모두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들입니다. 우리의 삶은 선택이며 선택하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대다수의 동물들은 유전적인 본능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자유의 폭이 좁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람은 동물에 비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에 선택하는 자유의 폭이 넓습니다. 독창적인 사고나 행동의 폭이 넓습니다. 선택하는 자유 속에서 우리는 창의적인 일을 해 나갑니다. 자기만의 독특한 일 속에서 성취감이나 해방감 등을 느끼기도 합니다. 홀로 일하거나 생활할 때 독립심이 강해지고 결단력이 있게 됩니다.
한편 일에 매몰되다 보면 완전주의를 지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완전주의를 타인에게 요구하게 될 때 그들은 형식적인 관계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관계 안에서 사랑과 평온, 친밀감과 소속감 등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면 소외와 불편함과 거리감, 박탈감 등을 느끼기도 합니다. 일의 능률도 저하될 수 있습니다.
결혼이나 직업 등으로 우리는 관계를 맺게 됩니다. 결혼은 죽을 때까지 관계가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선택입니다. 선택의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과 의무가 수반됩니다.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하고 성실하게 대하는 것은 자유의 매뉴얼입니다.
우리는 연약한 존재이기에 완전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실제 친밀함의 중심에는 어떤 상처받기 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지닌 채, 상대방 역시 우리와 비견되는 상처받기 쉬운 마음이 있으며 그것 때문에 상대방이 우리를 무시하거나 탓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없다면, 상대방을 믿기는 어렵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불완전함과 고통이 상대방을 우리에게 가깝게 이끄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성서에는 홀로 있는 것이 좋지 못하여 짝을 만드는 내용이 창세기에 있으며 결혼하는 것도 좋지만 홀로 사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것을 전하는 구절도 있습니다.
연령이나 신체적인 조건, 경제적인 사정 등을 고려하여 홀로 또는 함께 사는 문제를 지혜롭게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다 다르기에 어느 사람에게 좋은 것이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실한 사랑의 마음이 바탕이 되어 있다면 홀로 살든 함께 살든 아름다운 인생이 될 것입니다.
함께 사는 쪽을 선택할 때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환경과 문화가 다른 남녀가 함께 더불어 새로운 가정을 이룰 때, 상대방의 아픔과 약점을 안고 가는 따뜻한 배려가 희망과 행복의 가정을 이루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