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유치 중단해야 한다
2012-03-09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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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백 (민예총 문학분과 회원)
목숨을 담보로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군민들을 상대로 화력발전소 유치에 여전히 집념이 강한 군수는 군민에게 잘못된 정책에 대하여 사과하고 즉각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화력발전소 반대의 대열은 이미 해남의 영역을 벗어나 서남해안 지역인 목포와 신안, 진도, 영암까지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찬비에 젖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운동장과 민주통합당 마당에서 생존권을 위협하는 화력발전소 유치 반대의 외침은 처절하다 못해 비장감이 감돌았다. 추위에 오므라든 손으로 화원주민들이 준비한 밥 한 덩어리 받아 쥐고 귀퉁이에 쭈그려 앉아 먹으면서도 웃을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우리가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을 따먹을 수 있는 건, 내가 여기 오기도 훨씬 전에 내 선생님께서 과일나무를 심어두셨듯이 나는 지금 내 선생님이 하셨던 것처럼 제자들이 과일을 딸 수 있도록 과일 나무를 심고 있는 거라는《탈무드》의 내용처럼 후손들에게 물려줄 깨끗한 해남의 청정 나무를 심고 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 수명이 다 하는 30년 내내 검은 재앙이라고 불리고 있는 석탄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송전탑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한 심각한 건강상의 장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칼바람 마다하지 않고 광장으로 모였다.
홍보관에 들어가 일방적인 선전과 버스에 탑승한 채 발전소 건물을 쳐다보고 와서는 친환경 운운하는 찬성론자들의 말과 글은 책은 펼쳐 보지도 않은 채 도서관에 갔다 온 후 지식이 풍부해졌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환경은 한 번 파괴되면 복구되기도 힘들지만 치명적이다. 최근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대재앙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 발전을 명분삼아 원전을 유치하려고 했다 실패한 군수가 민심을 갈기갈기 찢으면서까지 화력발전소에 다시 목을 맨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화원에 발전소를 유치하려는 회사는 주민들에게 돈을 준다고 유혹하며 가난한 촌로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돈 앞에서 양심과 이성을 잃은 현재의 상황은 창문 앞에 유리조각과 돈을 번갈아 놓아두고 밖을 보게 한 뒤 아이의 대답에서 교훈을 얻게 하는 장클로드 카리에르의 저서《현자들의 거짓말》을 떠오르게 한다. 유리조각을 통해서는 길이며 행인이며 마차를 볼 수 있었지만 유리조각 대신 돈을 놓으니 은화 때문에 거리 풍경은 하나도 안보이고 돈만 보이더란 것이다.
평생 농사만 지으면서 가난하게 살아야 하느냐고 비관적으로 말한 찬성론자들의 얽매인 사고는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행복은 꼭 금전에만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자연친화적인 성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순천만 정원박람회의 원천인 고천암 갈대숲이 있고 장흥 우드랜드에 버금가는 가학산 자연휴양림이 있으며 청산도의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덕흥리 계곡이 있다. 하반기에 착공할 J프로젝트는 해남의 또 다른 성장 동력원이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예는 함평 나비축제가 말해준다. 화력의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