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기행시

2012-03-24     해남우리신문
미황사 동백꽃(김경윤)



동짓달 열사흘 달빛이 하도나 고와
밤새 뒤척이다
뒤척이다 얼풋 잠든 새벽녘

창호窓戶에 우는 바람소리에 깨어
마당에 나서보니
동백나무 숲에서 후루룩 동박새 날고
새들 날아간 자리마다 꽃이 진다

열여섯 내 누이가 부끄럽게
부끄럽게 흰 옥양목 밑바대에 감추던 초경初經처럼
고향집 뒷뜰 돌담가에 아롱아롱 피던
그 붉은 동백꽃!

어쩌자고 오늘밤엔  눈 속에 붉었는지
스님은 잠이 들고 풍경소리만 홀로
쓸쓸한데
세심당洗心堂 뒤뜰 흰 눈밭에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 아제
번뇌를 씻지 못하고 피를 토하는
정념情念의 불꽃을 보겠네



김경윤 시인. 1957년 전남 해남출생 1989년 무크지[민족현실과 문학운동]으로 작품활동. 민족문학작가회의회원, 땅끝문학회 활동, 민족시인김남주기념사업회 회장.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시집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 <신발의 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