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풋나락론’부활

2012-04-07     해남우리신문

박종백(민예총 문학분과위원)


국회의원이 도청사건으로 구속되고 군수가 인사 대가나 금품 수수로 구속돼 군민들이 얼굴 들기 부끄러울 때도 듣지 않았던 ‘해남 물감자니 풋나락론’이 부활되고 있어 자존심이 몹시 상한다.
성질은 다르지만 공교롭게 화력발전소 유치와 해남출신 후보 단일화라는 대형 이슈가 같은 시기에 터지고 난 뒤부터 잊혔던 용어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역 문제에 인근 시군민이 합세하여 반대를 부르짖을 때에도 쑥스러웠지만 급기야는 군수실과 의회까지 찾아와 막말과 고성이 오가고 있으니 군민으로서 자괴감이 든다. 섣부른 단일화의 외침은 타 군민의 결집만 강화시키고 말았다.  
군민 비하적인 단어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원인 제공자는 항의방문을 하는 타 지역 관계자가 아니라 군수이고, 단일화를 거부한 후보자가 아니라 단일화추대위다.
농수산물과 건강상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자들이 가만히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출마한 목적과 정책이 승리 지상주의에 묻히기를 바랄 입후보자는 없는 것이다.
화력발전소 유치 반대를 위한 상여가 등장하고 단식 천막 농성이 두 달돼 가고 있는데도 귀 닫고 눈 감은 채 유치의향서를 제출하겠다고 고집하는 군수의 독선은 주민소환제 시행을 자초하고 있다.    
군수는 “주민소환 두렵지 않아요. 투표율만 1/3을 넘지 않으면 돼요”라고 안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간 군의 행태로 보아서 군수는 ‘보이지 않은 손’에 이끌러 오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군이 수조에 이른다는 발전소를 유치하는데 고작 8쪽 분량의 유치동의서를 의회에 제출한 점. 군민들의 심장에 불을 질러 논 3개월 동안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았다는 점. 유력 입후보자가 입장 표명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군이 성명서를 발표한 점이다.
단일화추대위가 단일화에 실패하고도 특정인을 해남 단일 후보라고 발표한 것은 문제점이 많다.
첫째, 급조된 조직이 마치 해남을 대표하는 단체처럼 해남 단일 후보 운운한 것은 월권행위이다. 둘째, 단일화 대상이 아닌 사람까지 포함한 짜깁기 여론조사 결과는 공신력이 떨어진다. 셋째, 향후 건전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위축될까 우려스럽다.  
성과주의에 급급한 추대위의 발표는 미국에서 무료 병원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의사이자 사회 운동가인 패치 아담스가 “죽기 전에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누군가 저의 이런 발버둥에 뜨거워져 계속 이어나간다면 그걸로 족하다.”라고 한 말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단일화에 실패했다면 겸허히 받아 들여야 했다. 마찬가지로 군민의 저항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화력발전소 유치를 철회함이 결자해지의 자세다.
단일 후보라고 지명하고도 효과가 미미하거나 유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채택되지 않을 시는 해남 풋나락의 오명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