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기행시-토 말( 홍일표 )

2012-04-27     해남우리신문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땅 끝
오냐, 오너라


벼랑 아래
파도의 머리채를 단숨에 휘감아 올리는
바람의 억센 손아귀
혹은 오래 숨 죽이고 있다가
한 세상 너끈히 잡아채고
뒷발질하며 날아오르는 돌개바람


덩달아 솟구치는 온갖 잡것들아
어른어른 헛것들아
우수수 떨어져 시궁창에 머리박을 것들아


여기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땅 끝
오냐, 어서 오너라


홍일표 시인. 1958년에 출생. 1988년 《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 시집으로 『안개, 그 사랑법』『순환선』등과 민담집 『산을 잡아 오너라』, 『닭을 빌려 타고 가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