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기행시-산낙지를 씹으며(백남천)
2012-05-18 해남우리신문
해남반도 울돌목 들 돌아
우수영 시퍼런 물살 빠지는
진도대교로 가면 있더라
서러운 조선조 유배지 섬마을 좌판엔
그나마 긁어먹던 흙손 팽개쳐진
산낙지 발 끝 집념같은 흡착력
짠내 나는 삶이 있더라
남도 사투리 모양 구슬픈 물수리
살아 있노라 저 바다 울어대는 날
산낙지 칼질하는 섬마을 아낙
차라리 그건 한반도 땅끝마을
버얼겋게 녹슨 닻이었더라
산 것이라곤 한번 제대로
죽여보지 못한 당신들의 어머니
그 뉘가 이 얼어붙은 세월
지친 눈물로 칼을 씻기우는가
살아 꿈틀 입천장에 들러붙은
도막난 절규를 처절히 씹지 않곤
살 수 없는 저 갯바람
구비구비 그리운 묵시되어
진물 난 반도사를 긴 세월 더듬는데
내뱉지 않고 넘기는
우리들의 이 씁쓸한 해감맛은
부디 큰 별이 될거나
한반도 그 오월 주먹밥같은 귀신
달군 화젓가락 같은 힘찬 취기로
한울님의 인고를 지피우며
조국의 풋물 같은 가슴패기에
아침바다 마중 나가는 뱃머리
빛나는 새벽별되어
사르는 꽃불로 수놓을거나
그대들 그리움 모두어 산낙지를 씹을 적마다
백남천 시인. 1952년 출생해 1984년 월간문학 시 ‘고층빌딩 유리닦이’ 로 데뷔했다.
시집으로「새벽에 쓰는 시」와「참꽃이 피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