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옷이 너무도 멋진 작품으로

2010-04-03     해남우리신문
헌옷을 직접 수선해 경제위기를 극복해 가는 여성들이 있다. 해남군여성회관에서는 의류리폼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알뜰한 살림꾼들의 관심이 뜨겁다.
여성회관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2시~5시까지 월 8회 의류리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에서 내려오는 박선자(재활용지식인) 강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일찍이 폐현수막을 이용해 재활용품을 담는 포대와 막사 그늘막을 개발했던 이로 신지식인과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 강사는 해남 사람들의 배움의 열기가 뜨거워 매주 두 번 오는 해남길이 설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의류리폼교실은 단순히 헌옷을 고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 디자인하는 차원이란다. 교실 수강생들은 자신의 손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을 만든다는 사실에 수업이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
수강생들의 손이 거치면 블라우스와 스커트가 결합돼 임부복으로, 자신의 바지가 아이들의 바지로, 아이들의 기저귀가 예쁜 치마로, 롱코트가 자켓으로 깜짝 변신을 한다. 상의 만들기가 제일 까다롭다고 하지만, 조미옥(36)씨는 아이들에게 잠옷을 만들어줬더니 좋아하더라며, 기저귀를 염색해 만든 자신의 치마를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처음엔 재봉틀도 돌릴 줄 몰랐던 여성들이 의류리폼교실을 통해 종이에 본을 뜨고, 옷감을 마름질하고, 마침내 자신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낸다. 새로 사온 남편 옷의 바짓단도 능숙하게 줄여줄 수 있고, 아이들의 교복도 아이가 원하는 스타일로 다시 만들어줄 수도 있다. 또한 여성들의 건강을 위해 남편의 내의를 개량해 생리대를 만들었는데, 착용감이 너무 좋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맘먹고 사온 옷을 아이들이 싫어할 때 자신의 손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고쳐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이들의 자랑이었다.
폐현수막을 이용한 작품으로 농촌에서 각종 열매를 딸 때 요긴하게 쓰일 캥거루앞치마, 각종 가방 등이 눈길을 끌었는데, 우산천을 이용한 비가림용 망토와 햇볕을 차단해주는 얼굴 가리개 등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의류리폼교실에 오면 버릴 옷도 신고하고 버려야 한다는데, 해남의 실속파 주부들에게 의류리폼교실은 경제위기를 넘는 지혜를 제공하고 있었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