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전파사 남창에 있네

2010-04-03     해남우리신문
20년 전만 해도 흔히 눈에 띄었던 전파사. 추억 속에서나 자리 잡고 있는 전파사가 북평면 남창에 아직껏 남아 영업을 하고 있다.
무등전자·전기라는 상호가 붙은 이 전파사 앞에는 라디오며 전축, 선풍기, TV 등 온갖 전자제품이 널려있다.
요즘도 라디오를 고치러 오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주인인 이강섭(57)씨는 많다고 답한다.
최근 들어 축사나 하우스에 라디오를 틀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옛 라디오를 고쳐달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씨의 전파사에 모아놓은 헌 라디오를 고쳐서 가져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씨는 각 가정에서 버린 라디오 등을 가게에다 고스란히 모아둔다. 꼭 필요한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대기업들의 서비스 체계가 시골까지 미치고 있어 전파사가 잘 운영될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그것도 기우란다. 남창 장날을 제외하곤 이씨의 하루는 거의 출장이다. 축사와 하우스에 라디오와 스피커를 연결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고 마을 엠프에서부터 농업용수 모터, 화장실 변기도, 방문도 수도도 직접 고쳐준다. 그야말로 맥가이버 노릇을 하고 있는 이씨이다.
요즘 들어 라디오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이씨의 가게가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시골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계를 고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인지 이씨 가게 앞에는 모터 등 농업관련 기계도 즐비하게 놓여있다. 이씨는 32년째 이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협에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기계를 만지고 고치는 것이 너무 좋아 지금껏 한눈 팔아본 적 없이 오직 기계와 함께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씨는 기계를 만지는 일이야말로 굉장히 창의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각 기계의 특징을 알게 되고 부품을 조립해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 내는 이 일이야말로 지루함이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삶 자체가 언제나 즐겁다고 말하는 그는 출장 오라는 소리가 너무도 반갑다고 한다. 출장 오라는 전화벨 소리가 들리자마자 집을 나선다는 그는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자신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웃어 보였다. 박영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