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을 고쳐보자
2012-07-28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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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천(해남동초 교사)
소를 잃은 지 이미 오래 되었는데 외양간을 고치겠단다. 오랜만에 정신을 차리고 외양간에 가보니 소가 없었던 모양이다. 소들이 외양간을 뛰쳐나가고 있다고 소리를 질러대고 가슴앓이를 해온 긴 긴 날이 지나는 동안 어느 한구석에서도 허물어지고 정도(正道)에서 멀어져 가는 청소년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소리조차 없더니만…
오늘 저녁 9시 뉴스데스크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학교폭력에 멍든 우리 교육 현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너무 많이 흘러버린 지금에서야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변해가는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장래를 걱정하며 가슴앓이를 해 온지가 얼마인데, 힘없는 학생들이 어깨를 움츠리고 다닌 지가 언제부터인데, 학생들이 학교에서 버젓이 담배를 기호식품이라고 피운 지가 언제부터인데, 제자가 스승을 고발하는 이해되지 않은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수능 성적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윤리 과목이 사라진 지가 오래인데. 이제야 인성교육을 해야겠단다.
다시 뉴스 한 대목을 인용해 본다.
“능력 있는 아이가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아니라 이제 인성도 함께 갖춘 균형 있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정부도 적극적입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 달 간의 대국민 캠페인을 시작했고, 일선 학교엔 예술, 체육, 독서 교육 등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가관(可觀)인 건 학원 한쪽에선 ‘인성교육’이라는 과외 과목이 등장했단다.
인성이라는 말을 사전에선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사람의 성품.’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
인성이란 오랜 시간에 걸쳐서 형성되어진 인간의 품격이다. 인성은 발달 심리적 영향, 사회적인 영향, 시대적 영향, 민족 국가적 영향 등 주변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다.
한 인간의 사고나 행동 특성인 인성이 어디 캠페인으로 가능하며 과외로 가능하단 말인가?
인성교육을 하자는 이야기는 참으로 지당한 본질적인 이야기다. 이제부터라도 병든 부분을 치료하자는 이야기이기에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 그런데 내가 가진 상식으론 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병들어 갔던 지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인성교육을 하자는 외침보다 더 어려운 것은 인성교육 그 자체이다. 이미 비뚤어지고 허물어지고 병든 사회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인성교육을 시작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학교 폭력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을 미래 인식 없이 만들어 왔다. 제도적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하여 오직 경쟁의식만을 부추겨 왔으며 성적이 뒤진 아이들이 설 곳이 없도록 만들어 놓지 않았던가? 사회의 지도자들은 감옥을 드나들며 이 땅에선 오블리스노블리제를 실천하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되지 않았는가?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학교 폭력은 폭력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 역시 제도나 사회의 피해자일 수 있다. 병든 청소년, 학교 폭력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제라도 인성교육이 필요함을 외친다니 외양간을 고쳐보자.
이번엔 제대로 고쳐보자.
다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