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줘 고맙지만 마음이 아파요

2010-04-10     해남우리신문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한 각 사회단체의 장학금 전달과 급식비 지원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회원들 간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기탁하거나 각종 행사를 통해 성금을 적립한 단체 등이 어렵게 생활하면서 성실히 공부하는 소년소녀가장을 돕고 나서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외롭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지역 사회의 배려가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웃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온 마음을 다해 마련한 성금이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린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니 그들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는 성숙된 모습이 필요하다.
일전에 익명의 여학생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장학금 전달식을 다룬 신문에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반 친구들이 소년소녀 가장이었냐고 놀린다는 얘기였다. 분명 사회의 귀감이 되는 얘기이므로 전달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격려해줘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주는 사람보다는 받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들은 어쩌면 봄날의 어린 순처럼 여린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산들 바람에도 흔들리고, 지나는 사람의 기침에도 화들짝 놀랄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은 그들이 혼자서 움츠리지 말고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로 나와 함께 어울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학생은 어려운 가정에서도 주위에 내색하지 않고, 동생들과 함께 꿋꿋하게 살아가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겠다며, 어떤 봉사단체가 찾아와 사진을 찍어갔고, 그것이 신문에 실리게 되었다.
소년소녀가장을 돕는다는 자기만족이 앞서 주인공이 되어야 할 학생들은 뒷전에 밀리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장학금을 주고, 집을 고쳐주고, 각종 생활용품을 사주면 좋아할 것이고, 고마워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그들의 존재를 가볍게 생각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렇다고 절대적인 빈곤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그들을 외면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들에게 사회의 온정이 남아 있음을 보여줘야 하고, 그들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인재로 다시 설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해야 마땅하다.
다만 마음이 있고 느낌이 있을 어린 학생들의 처지를 배려하자는 것이다.
남을 돕는 것은 알리기 위함보다는 그 사람이 자립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선행이 진정 선행이 되기 위해서는 왼손도 모르게 오른손이 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