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 태풍 휩쓸고 간 아픈상처 치유하자
2012-09-28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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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배는「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제3대「유리왕」 때 도읍 안의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음력 칠월십육일부터 매일 모여 길쌈 등을 하여, 팔월보름에 이르러서는 그 성과의 많고 적음을 살펴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내놓아 승자를 축하하고 가무를 하며 각종 놀이를 하면서 유래되었다.
중추에는 산소에 가 제사를 지내고 추석차례 또한 조상을 기리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의 행사였다. 특히 호남지방에서는‘올벼심리’라 하여 그 해 난 올벼를 조상에게 천신(薦新)하는 제를 지내기도 하였으며, 일부 가정에서는 새로 거둔 햅쌀을 성주단지에 새로 채워 넣으며 풍작을 감사하는 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윗날에는 농사일로 바빴던 일가친척이 서로 만나 하루를 즐기는데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와 중간지점에서 만나 반나절을 함께 회포를 풀고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기는 것을 중로상봉(中路相逢) 즉 ‘반보기’라고 하였다.
옛 속담에 ‘근친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라고 할 정도로 추석을 전후하여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로 하루 동안 친정나들이를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큰 기쁨이며 희망이었다.
호남 서남해안 일대에서 행하는 강강술래는 풍요를 상징하는 달에 비유되는 놀이로 보름달은 풍요를 상징하며 이는 여성과도 관련이 있다.
여성은 생산의 주체이므로 여성 자체가 풍요를 상징하는 존재로서, 만월은 만삭의 여성으로 비유되고, 강강술래는 여성들이 풍요의 달 아래에서 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놀이는 우리 고장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군사적으로 적에게 기만전술의 일환으로 활용되었다는 측면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놀이로 계승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는 놀이다.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은 천고마비의 좋은 절기에 새 곡식과 햇과일이 나와 만물이 풍성하여 음식을 많이 차려놓고 밤낮을 즐겁게 놀듯이 한평생을 이와 같이 지내고 싶다는 의미에서 나온 속담이다.
또한「동국세시기」에 추석의 절기음식으로 송편․시루떡․인절미․밤단자․토란국․닭찜․누름적 등을 꼽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송편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러한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고 하여, 여성들은 예쁜 손자국을 내며 반월형의 송편에 밤․깨․콩 등을 넣어 맛있게 쪄냈으며, 이때 솔잎을 깔아 맛으로만 먹은 것이 아니고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인 멋도 우리 조상들은 즐겼다.
추석은 가족, 친지․마을 사람끼리 행사, 놀이를 즐기며 음식을 나눠먹었다. 머슴을 둔 가정에서는 이들에게까지도 새로 옷을 한 벌씩 해주는 등 베푸는 따스함을 보였다. 추석은 어려운자에게 베풀고 이웃과의 나눔과 배려, 가족애를 키우며 부모님께 효도하는 축제날이다.
그러나 핵가족사회로 접어들어서면서 의례와 행사 등은 많이 축소되었으나 여전히 귀성 풍습은 남아있다. 고향을 향해 대규모로 이동하는, 서양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으로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이동한다.
금년의 추석은 가족뿐만 아니라 일가친척․이웃까지 매우 큰 축제의 날이 될 수 있도록, 전통적인 미풍양속은 계승하면서 현대사회에 맞게 검소한 차례준비로 여성들의 명절증후군을 해소하고, 태풍이 휩쓸고 간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따스하고 즐거운 대 명절인 중추절이 됐으면 한다.